그동안 글쓰기를 자제했다. 자제했다기보다... 미뤘다고 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왜냐하면 구직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렇게 바빴다고는 할 수 없으나, 미루워놓았던 숙제같던 취업을 완료한 후에, 마음 홀가분하게 마음껏 글쓰기에 컴백하고 싶었다.
이 글은 그동안의 구직활동을 돌아보며 쓰는 나름의 보고라고나 할까? 누구든지 이 글을 보는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하는 솔직한 보고서. *좀 에세이같긴 한데. 대충 에세이 보고서라고 하자.
일단 4월 미국으로 이주한 후, 펑펑 놀았다. 열심히 논 건 아니고 그냥 퍼질러 있었다는 말이 딱이다. 대부분 집에서 드라마, 영화를 실컷 보며 칼로리 높은 음식들만 섭취했다. 그래도 조금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식단 조절도 하고, 운동&산책도 하면서 규칙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긴 했다. 여하튼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어찌어찌 1달 정도 지나니, 현타가 오기 시작하더라. 얼마 전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 받던 인간이 Couch potato가 되어가면서 겪는 당연한 수순으로, 자괴감이 조금씩 스멀스멀 생기더란 말이다. 인간이 채소가 되기가 쉽지 않은거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놀아본 놈이 잘 논다. 암튼 그런 순간이 올 때면, 뭐 이러면 어때서! 라고 허공에 삿대질하며 대충 더 놀았다. 셀프 위안과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은 않은 게으름의 콤보다.
그러다 2달쯤 돼서, 친구 집에서 이사를 나오게 되었다. 섭섭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했다. 그 2달 동안 친구는 내 걱정을 엄청했다. 미안하고 진심으로 고맙다. 지금도 나를 살뜰히 케어하는 친구를 보면, 내 은혜 갚는 마음으로 잘 살아야지... 싶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독립하여 *혼자만의 공간에 *혼자 생활하다 보니 더 이상은 못 놀겠더라. 그리고 2달 동안 쌩까고 있던 취업이란 숙제로 똥꼬가 더더더 지려 오더라. 그래서 2022년 6월 1일 구직을 시작했다. 완전히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냥 주어진대로 했다. 그리고 적당히 했다. 이 나이에 미국에서 구직활동을 새로 한다는 것만으로도 장하다 여겼다. 당연히 떨어지는 곳도 있었고 붙는 곳도 있었다. 떨어질 때는 큰 실망은 없었고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내 생활이나 기분에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그려려니 하는 거다. 반면 붙었을 때는 많이 기뻤다. 내 실력을 여기서도 인정받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decline을 할 때도 정중히 고마운 마음, 진심을 다해서 메일을 썼다.
그리고 8월 16일 마음에 드는 회사에서 Job offer를 받았다. 2달 반동안의 구직이 끝났다. 3번의 인터뷰 프로세스를 겪으며 느낌이 괜찮았다. 사실 또 다른 회사와도 final 인터뷰를 본 상태였다. 그래서 둘 중 되면 어디든 가야지. 근데 여기가 더 좋아. 했었다.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냥 잘될 것 같았다. 회사든 학교든 다 인연이 있더라. 그냥 내 경험으로 그러한데, 인터뷰 초반부터 조심스럽게 이 회사와 인연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하게도 좋은 조건으로 네고가 끝났고 사인을 최종으로 했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당분간 해방이다. 놀아야지"였다. 이 여자 어른은 마침내 숙제를 끝냈던 것이었다. (늘 새로운 숙제들은 생기지만 일단은 아무 생각 없이 논다)
회사는 Irvine, California에 있는데, 지난주에 site visit을 했다. 점심도 먹고 얘기도 하고 동네 구경도 하고 다음 날 저녁에 회식도 했다. 조큼 무시했는데 얘네도 생각보다 잘 마시더라. 그냥 즐겼다. 재밌었다. 뭐 큰 기대는 없다. 그냥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뿐이다. 솔직히 이제는 뭘 그렇게 열심히 할 생각도 없고 그럴 열정도 없다. 그냥 최대한 재밌게 즐겁게 하려고 한다. 적응에 대한 걱정, 그런 건 솔직히 없다. 예전 같았다면 엄청 밤낮으로 걱정 해댔겠지. 이제는 그럴 기력도 없고... ㅋ (DMV에 다시 가서 운전면허를 California State transfer해야 된다는 것이 빡치긴 한다. 너무나 귀찮다) 이제는 쓸데없는 것들을 걱정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 따위는 덜 해야 하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된 것이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기라는 것을 편안하게 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거겠지. 라고 생각한다.
엄청 헐랭한 취업 보고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