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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즈맨 Jun 09. 2024

내가 지주막하 출혈이라고요?

전조증상만 보면 당연한 결과였어


처음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이해는 갔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정도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균형감각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으니 앞뒤가 착착 맞는 기분이었다.


빠르게 인지는 됐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물론 의사 선생님이 겁을 준 것도 한 몫했다. 빨리 수술 안 하면 몇 주안에 죽을 거라며 겁을 어찌나 주던지, 잠도 오지 않더라. 여기에 증상은 점점 더 심해져서 일상생활에 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숨이 턱턱 막혔어



가장 겁이 났던 건 잘 때 숨이 턱 막히는 거다. 그냥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면 몸부림을 치며 생난리를 치다가 겨우 진정한 적이 몇 번이고 있었다. 사실 이때 병원을 갔어야 했다.


그리고 작업을 하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웃긴 게 활동을 하면 막히긴 하지만 그 시간이 찰나에 불과해서 인지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점점 그 시간이 늘어나서 결국엔 일상생활도 하기 힘들어지는 순간까지 도래했다.


미치겠더라. 모든 게 다 겁이 났다. 그러다가 병원에서 CT, MRI 검사를 받고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병명을 받은 다음에는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이유라도 알았으니까. 아무것도 모를 때는 답답해서 진짜 죽을뻔했다. 


사람마다 증상은 다르겠지만, 혹여라도 평소와 다르게 자수 숨이 막힌다는 느낌이 든다면 꼭 병원에 가보도록 하자.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무너진 균형감각, 어떻게 서있는지 몰라



두 번째는 균형 감각이 깨진 것. 처음엔 이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그냥 뭔가 어색한데?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명확하게 균형감각이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내가 앉았는지, 서있는지, 누웠는지 전혀 모르겠더라. 


물론 눈을 뜨고 있으면 머리로는 인지가 되지만, 눈을 감으면 그 괴리감이 말도 못 하게 심해진다. 종국에는 누워있지만 서 있는 느낌까지 들더라. 그리고 잠잘 때 턱 하고 막히는 느낌까지 들면 대혼란의 카오스가 시작된다.


비유를 하자면 콜라를 왕창 흔들어놓고 뚜껑을 꽉 닫아 거꾸로 매달아 놓은 기분이다. 너무 아파서 눈물도 안 나오더라. 아프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 감각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구토를 계속 해댔다.


그리고 수술 직전에는 아예 중심을 잡지 못했다. 계속 오른쪽으로 향해 걷기만 했다. 알고 보니 우측 뇌혈관이 터져 뇌가 좌측으로 밀려서 그렇다고 하더라. 




어눌해지는 말투, 말하기도 힘들어져



지주막하 출혈이 오면 말도 좀 어눌해진다. 뭔가 발음도 잘 안되고 단어도 빠르게 떠오르지가 않더라. 결국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고 혼자 이상한 소리까지 하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인지라도 했으니 다행이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그 상태로 인지도 못 했으면 해괴한 말만 계속했을게 안 봐도 비디오다. 최대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답만 딱 하고 말았었는데, 혼잣말이 나오려고 하면 내가 입을 콱 잡았다.


혼자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외로운 싸움이었다. 어쨌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나 자신을 붙잡으려고 노력했었다. 여기서 뭔가 하나라도 놓치면 '나'라는 주체를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술을 해서 나아지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정말 지옥 그 자체였다.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른다. 다만 주변에 비슷한 증상을 보이거나 이상하다 싶으시면 무조건 병원으로 모시고 가시길 권장한다. 괜히 나처럼 생지옥을 겪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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