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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경험 Dec 02. 2021

IT 서비스, 5060을 화나게 하지마!

자녀에게 부탁 하지 않아도 되는, 그 날까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국내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UX 리서처입니다.  


UX 리서처라는 직업이 생소하게 느껴지실 텐데요.   IT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IT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고객에게 미리 보여드리고 쉽게 사용실 수 있는 지 확인하는 게 제 일입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제품은 3-50대의 고객들이 자주 쓰십니다. 젊은 10-30대가 많이 쓰는 틱톡, 인스타그램과는 조금 다르죠.


그중에서도 50대 고객들을 만나면서 저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 분들이 IT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겪으실 때 많이 하시는 말이 있어요


"제가 잘못해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젊은 직원이 더 잘할 텐데, 저는 이런 걸 잘 못해서"


"젊은 직원이 더 잘할 텐데,
저는 이런 걸 잘 못해서"


실제로 ‘얼마나 잘 이용하셨는지’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30대 중에도 사용을 잘 못하시는 분들도 있고, 50대 중에 잘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다른 점이 있다면, 30대 고객들은 불편을 겪을 때 제품이 잘못됐다고 얘기하시지만 50대 고객들은 본인을 탓하시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어요.


아휴, 나는 이제 이런 거 못하겠다


이런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잘 안되니까 제품을 사용하다가 점점 화가 나시는 거예요. 네, 인터뷰에서 분노하시는 50대 고객 분들 만나게 되면...무섭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공감도 됐어요.


저희 아버지는 평생 주식 및 외환 거래를 해오신 분입니다. 은행에서 일하셨고요, 전문 투자자로서 젊은 시절부터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신 분입니다. 이제 완전한 60대로 접어드셨죠.


어느 날, 아버지가 저한테 온라인 보험 가입을 대신해달라고 부탁 하시는 거예요. 이미 1시간을 노력하고 말씀하신거였죠. 얼굴을 딱 보니 이미 화가 나신 상태였습니다. 제가 하니 금방하긴했죠. 그걸 보시더니, 아버지가 멋쩍은 얼굴로 "아유, 나는 이제 이런 거 못하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빠는 충분히 능력 있는 사람인데, 왜 보험 가입 같은 단순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 바보 같다는 기분을 느껴야 하지?


 우리 아빠는 충분히 능력 있는 사람인데,
왜 보험 가입 같이 단순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 바보 같다는 기분을 느껴야 하지?


제가 인터뷰하며 만나는 50대 고객들의 분노는 본질적으로 저희 아버지가 겪은 분노와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진 능력과 상관 없이 디자인이 잘 못된 앱/웹 서비스는 마치 고객이 잘못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니까요


이 일은 저를 사용자 경험에 대한 기본 정신(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사용자를 생각하게
아니, 적어도 화나게 하지맙시다


이 세상에는 중요한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 누구도 고작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누구도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 이 분들의 좌절적인 경험은 배제하고, 자녀에게 부탁하라고 하고 있지 않나요?


앞으로는 이런 태도가 통하지 않을 겁니다. 5-60대 가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살 날이 생각보다 더 길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5-60대는 청년만큼 활동적으로 생활합니다.게다가 앞으로 10년 안에 인구수가 가장 많이 늘어날 세대5-60대라고 합니다. 기대 수명을 생각하면 청년층에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5-60대가 좌절적인 경험을 하지 않는 IT 서비스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5-60대가 좌절을 느끼지 않는 IT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굉장히 많은데요. 브런치를 연재하면 하나씩 답을 찾아가 보려고 해요


5-60대를 노령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한국의 5-60대는 누구지?
5-60대에 나타나는 신체적/인지적 변화가 실제로 앱/웹을 쓰는 데 방해가 될까?
5-60대가 불편해하는 서비스는 뭘까?
기존에 누가 연구해놓은 것은 있나?
5-60대 전용 앱을 만든 기업이 있을까?
2-30대를 위한 서비스와 달라야 할까?


혹시 부모님께서 사용하기 힘들어하셨던 앱이 있거나, 5-60대 구독자님들께서 직접 써보시면서 이건 정말 불편했다!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같이 살펴볼게요.


이 글을 읽는 5060대 구독자님들이 있다면
불편했던 서비스를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어머니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못하셔서 저한테 부탁하실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엄마, 이런 것도 못해?"라고 핀잔을 주곤 했는데 (불효…) 이 일을 시작한 후에는 이렇게 말을 하게 됐습니다.


"괜찮아, 엄마가 잘 못하는게 아니야. 그 디자인이 잘못되어 있는 거야”


요즘은 엄마가 먼저 와서 이야기해주세요. "이거 봐봐, 디자인이 잘못됐어"


"ㅇㅇ아, 이거 봐! 디자인이 잘못됐어"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회사에서 제품 테스트를 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미리 테스트해볼 때가 있거든요. 어머니가 불편해하신 거 그리고 이용 잘 못하신 거. 다음 날 3-40대로 테스트한 결과의 80%는 일치합니다.


저는 다른 5-60대 구독자님들도 저희 어머니처럼 당당하게 내가 아닌 디자인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날이 오길 바래요. 그래야 제품도 좋아지니까요


그동안 저는 5-60대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공부할게요. 제 이야기에 공감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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