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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언니 Nov 21. 2022

경단녀에서 1인 사업가로

연년생 아이를 낳고 나니 자연스럽게 경력이 단절되었다.

지난 몇 년간, 밤이 되면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옆에 누워서 토닥토닥하며 한 손에는 휴대폰으로 알바천국, 당근 알바 모집글을 뒤적뒤적 보는 게 잠들기 직전

중요한 마지막 일과였다.

 

알바 자리 찾아보는 게 중요한 하루 일과였냐고...?

 

당연히 돈 때문이다...!!!

밥만 먹이면서 키울 수 없으니까.

아이들과 여행도 가고 싶고, 장난감도 사주고 싶고,

영어학원도 보내고 싶고, 피아노 학원도 보내고 싶고 아이를 키우려면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것들 외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니까.

 


너무 직설적이었나?

 


알바 자리를 매일 들여다보는 이 습관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들로 내면을 차곡차곡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알바 모집 글을 보면서... 중얼중얼...

 

 

"아..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랑 겹쳐서 이 알바는 못하겠다... 시간만 무조건 맞으면 할 텐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보다 더 늦게 끝나네?

그럼 우리 아이만 어린이집에 혼자 남을 텐데...

이 것도 안 되겠네..

주말에는 아이들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주말 알바는 아무래도 무리겠지?"

 

 

언젠가는 시간과 시급까지 나에게 딱 맞는 최적인 알바 모집을 발견했다!

 

그래서 알바 지원했냐고???

 

아니...!

 

나에게 딱 맞는 시간과 돈까지 맞는 알바 자리가 생겨도 막상 지원을 망설이다가 포기했다.

 

 

왜 망설이고 포기했냐고?

 

 

이미 몇 년간 수많은 일자리 모집글을 보면서,

나 스스로 안된다는 부정적인 확언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하락하고

사회와 단절된 시간만큼 용기도 없어지고 내면에서 발목을 붙잡았다

 

그렇기에 역시 내가 무슨 알바를 해...

그냥 생활비 조금만 더 아껴 쓰면 되지 하고 또 스스로 움츠려 들었다.

(사실 속마음은 사회생활 다시 해보고 싶지만 두려웠던 마음이었다)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일자리를 찾을 거라면

몇 달 하고 그만둘 계약직 알바보다

내 미래를 위한 일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나는 알바 자리 대신!

온라인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치킨 한 마리 값이라도 벌어서

아이들 간식 사주자 마인드였다.

치킨 한 마리 값을 벌고 나니, 그다음에는 아이들 학원비만큼만 벌어도 소원이 없겠다 싶었다.

학원비만큼 벌고 나니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 일을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온라인 유통사업을 하면서

나도 꼭 세상에 필요한 사람인 것을 느꼈고,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내 직업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에 굉장히 자존감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즐거웠다.

(물론 돈이 벌어지니까 즐거운 게 배가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정년퇴직 없이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명의로 된 사업을 하면서 내 인생을 주체적인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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