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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니 Jan 06. 2021

나는 서른 넘어 대학 졸업합니다

001 / 내 길은 내가 결정할게


 “이번에 입학하면 연하 한번 만나보는 거 어때?”

 “야! 2002 월드컵을 책으로 배운 애들이랑 무슨...”

    

 올해 27살의 나이로 21학번으로 입학하게 되는 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네는 친구의 말에 새삼 소름이 돋았다. 7년이라는 나이차를 두고 다시 20살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거드름으로 지어낸 말인듯싶었다.

    



 나에게도 내 나이 때에 맞는 20살이 있었다. 14학번으로 대학교에 입학을 했고 캠퍼스 커플을 꿈꾸고 한살 차이 나는 선배도 어른 같았던 때 말이다. 그리고 꿈 많은 난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한 순간의 여유도 용납되지 않을 철저한 미래 계획을 짰었다. 그 인생계획에 변수들만 없었다면 지금쯤 나도 또래 친구들과 같이 취직을 하고 따끈따끈한 사원증을 목에 걸었을까.

     

 7년의 시간 동안 허상 된 꿈을 꾸며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시 오지 못 할 청춘을 담보로 미래를 보상받아내려는 것처럼 남들은 놀 때 잠잘 시간도 쪼개서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그렇게 하루에 4시간을 자면 많이 자는 편이였고 핏기 없이 잠자는 내 얼굴을 보고 쓰러진 줄 알고 놀란 엄마가 아침에 뺨을 때려 깨웠을 정도였다. 나름 노력의 성과는 있었다. 몇 번의 합격을 했고 원하던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문제는 7년 동안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변해갔다는 것이다.

     

 충분히 현실에 타협을 할 나이가 다가오니 ‘세상에 완벽한 조직이 어디 있겠어’라는 말을 하며 그 직업군의 밑 낯을 보고도 눈을 감게 되고 처음 패기 가득한 나는 바래져갔다. ‘그래, 그 길로 가면 편하겠지. 모르는 척 좀 하면 되지.’라는 자기 합리화가 매일 밤 나를 괴롭혔고 몸과 마음을 망가뜨렸다. 간직해오던 꿈이 더 이상 직업으로 느껴지지 않고 직장으로 여겨지는 순간 어디에선가부터 발을 잘못 들여놓았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다시 맞이한 20살인 것이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하겠지만 직장 아닌 직업을 꿈꾸기에 아직 젊은 나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정수의 삶을 계획하고 노력했지만 내 인생은 주로 변수가 터닝포인트가 되어 내 뒤통수를 쳤다. 그런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서 들었던 선생님의 잊히지 않는 말씀이 떠올랐다.


 “교복 입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거야.”

 처음부터 하늘 아래 똑같은 인생은 없을 것이다. 나의 어제와 오늘도 다른데 어떻게 남들과 같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겠나. 그렇다면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안된다며 내 인생을 놓아버리기엔 다음에 또 이만큼 멀쩡한 삶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원래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든 일이란 건 아마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고생했어. 이제는 캠퍼스의 낭만을 즐겨봐.”     

 공든 탑이 무너지는데 속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세운 탑을 남이 아닌 내 의지로 무너뜨리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고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이만하면 잘 살았던 7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인간은 타인의 인생을 진심으로 인정해주기 쉽지 않은데 친구들은 이만하면 되었다고 나의 어제를 위로하고 내일을 응원해준다. 그래서 나도 나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자 한다. ‘모두의 길은 쉬운 법이지만 나의 길은 어렵다’라는 말처럼 홀로 숨죽여 울어온 날도 많았던 우리들의 나에게 변수 앞에서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도 참 대견하다며 마음속으로 꼭 안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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