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 Red Ocean
다이브 인 레드오션(Dive In Red Ocean)은 필자가 매거진의 형식을 빌어 브런치에 연재 중인 '크리에이터 일기'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듬고 정리해 두는 일종의 르포(Repo), 현장보고서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비록 보고의 형식과 내용이 질서 정연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장감'만큼은 묻어나리라 생각한다. 붉은 바닷속을 직접 탐험하며 피부로 전해져 오는 수압, 수온, 염도 등 여러 수질환경을 조사-분석하는 다이브 리포트(Dive Report)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필자 개인의 사견을 듬뿍 얹은..)
필자는 머릿속의 생각들을 활자로 찍어내며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형용모순의 생각들을 행간 어디쯤에 걸어둘까 매번 고심한다. 형이상학적 사변들은 신기루와 같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구체적인 상황과 짝을 지어 놓는 것이다. 완벽하게 궁합이 맞지는 않더라도 일부 사고의 실루엣을 조감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마치 다섯 살 꼬마가 재미난 장난감을 손에 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텅 빈 지면이 풀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폭주하던 생각들은 일제히 짝을 짓기 바빴고, 키보드를 번지대 삼아 텍스트의 바다로 속절없이 다이브 인(Dive In)했다. 떠오르는 몽상들이 경험과 맞물려 제자리를 찾아갔다. 몽상은 몽상적일수록 오히려 구체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연재는 벌써 5회 차에 접어들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갓난' 채널인데도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본문 영역의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라는 placeholder가 거슬릴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일필휘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글을 개진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졌다. 아니, 자꾸만 쓰고 싶어진다.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원래 없었다. 유튜브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글을 쓰고 있었는데, 써놓은 글들을 담아 놓을 컨테이너를 찾다 보니 그만 매거진까지 만들게 되었다. 꽤 오래전 '최상의 자유란 어쩔 줄 몰라하는 이가 어쩔 수 없이 행하는 몸짓'이라며 나름 자유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적어둔 글이 있다. 자유의 몸짓을 능동성이 아니라 궁극적인 수동성에서 찾아보는 시도였는데, 어쩌면 매거진 역시도 그러한 맥락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것만 같다. 어쩔 줄 몰라하며 날뛰는 사변들을 어쩔 수 없이 정리하기 위해서 매거진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매거진에게 좀 더 세련된 역할을 부여해 볼까 싶기도 하다. 영상 속에 담기지 않은, 혹은 담기지 못한 고민들을 지면을 통해 풀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른 호스트들, 독자들과도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영상과 매거진이 이렇게 저렇게 상호작용하여 이런 식 저런 식으로 선순환을 이룬다면 요렇게 저렇게 효과가... 등등 일말의 기대도 가져볼 수 있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글쓰기라는 루틴 그 자체를 영위하게 해주는 시스템적인 가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우선은 전두엽 옷방 한 켠을 담당하는 '캐비닛'으로 새로 사들인 '사변'들을 '경험'에 포개어 보관해 두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발행 주기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옷을 사 입듯, 꽤나 충동적인 글쓰기가 될 것 같아서. 그래도 언젠가 풍성하게 꾸며진 드레스룸에서 하나씩 옷을 꺼내 걸쳐보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음.. 이 생각도 제법 클래식한데?"라며 다시 입어볼 만한 글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