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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심자 Dec 17. 2021

허무하나 허무하지 않은 인생

...

후배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의 부모님과 연배가 비슷하셨기에 갑작스러운

비보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참을 멍하니 이분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부모님과 떨어져 살던  중학교 그 시절.

어머니께서는 나를 몰래 불러 놓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유란아. 배 고프면 언제든지 아줌마 집에 밥 먹으러 오그라. 편하게 오그라"


아주머니의 상냥한 목소리.

 말이 내게 얼마나 따뜻하게 들리던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그 어린 시절에 말이다.


성인이 되고 실업팀을 그만두던 그 해.

우연히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내 손을

잡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 딸 그 팀에 갈 건데.. 같이 버티지. 와 그만두니..

의지하고 같이 견디지.. 그래 힘들드나.. 아픈 데는 없고?

우리 유란이 후배 장하제?

네가 닦아놓은 그곳 가서 잘하라고 할꾸마.

유란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니는 늘 잘했다."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땐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났다.

위로라기보다는 그냥 나에게 화가 났다.

못난 선배라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아주머니,

제가 말했지요.

금마는 잘할 거라고,

이쁨 많이 받을 거라고 했지요.^^


인마.. 어머니가 니를 참 자랑스러워했다.

평안히 가실 기라.. 좋은 곳 가실 기라..

많이 슬퍼하고.. 많이 울고.. 그리고 잘 견뎌내자.

너의 슬픔이 감히 상상이 안 가지만 어머니는 네가

웃으며 보내주길 바라실 기라...


참 열심히 사셨던 분.. 쉬지 않고 성실히 일하셨던 분..

자식들을 굉장히 아끼셨던 분..

 어머니.. 그곳에선 평안하세요.. 아프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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