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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rant lulu Jan 18. 2024

cafes

feat. 카페 경쟁력

무거운 이야기를 쓰려는 것은 아니다. 제목에서 '카페 경쟁력'을 적어 놓고는 읽는 분들이 무슨 브랜드나 마케팅 같은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줄 알고 들어오실까 봐 슬쩍 겁이 난다. 이 글은 절대 가벼운 글이다.


동네를 산책했다. 코로나 때 한창 길 건너편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전염병이 창궐하기 때문에 더욱 을씨년스럽던 단지라서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그곳에 발을 들이다니, 원래 가까운 곳은 더 안 가게 되는 법이다.


작은 평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주거 오피스텔 느낌이 난다. 젊은 가게들이 눈에 띄고. 술집, 치킨집, 작은 식당들이 그새 옹기종기 입점했다. 입주와 입점이 나란히 병행한 거겠지. 작고 아담한 매장들이 눈에 들어오고, 하나둘씩 가 봐야지 하는 장소들을 눈에 넣는다.

 

그런데, 웬일이야. 카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원래 카페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카페들은 죽순처럼 우루루루 즐비하다. 미처 몰랐던 우리 동네에 이렇게 카페가 많았다니. 아침에 나와서 아무 데나 발걸음을 돌려도 그중에 하나 문을 열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살포시 어처구니가 없어져 웃음을 짓는다. 아주 작은 신호등을 두고, 사실 거긴 신호등이 없어도 건너는 샛길이다, 작은 카페가 4개나 사이좋게 모여 있지 않나. 하나는 조금 어두운 실내에, 내가 두리번거리니까 손님이 들어오나 반가운 기색이 엿보인다. 하나는 베이글을 전문으로 하나 보다, 주문 즉시 수제로 만든다고 하니 다음에 꼭 가 볼 계획이다. 건너편의 매장은 제일 사람이 많은데, 겉으로 보기에는 딱히 특색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하나는 뭐더라, 그냥 카페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지를 않는다.


주민으로서 갈 곳이 많아진 건 반가운 일인데, 한편으로 영업자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아 보인다. 정말 치킨집보다 더 많이 들어선 카페들 속에서 어떻게 경쟁을 하고 살아남아야 할까...


예전에는 1년 견디면 잘한 거고, 얼마 지나자 3년 버티면 성공한 거다, 이런 말을 들었는데. 요즘은 5년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났나? 과연 저기 저 카페들은 4계절이 지나고 저곳에 그대로 있어 줄까? 나처럼 여기저기 다녀보고 좋아라 해 주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 주인들은 어떤 마인드로 공간을 지키고 있는 걸까?


생각들을 머릿속에 담으면서 산책을 마쳤다. 끄트머리에는 이런 것이 남았다.



과연 카페만 경쟁을 하는 건가? 우리는 이 시대 어느 공간에서 어떤 경쟁으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가?



행복한 산책의 시간 뒤에는 이런 진중한 애프터 테이스트가 남는다. 아침에 커피를 많이 마셨으니 오후에는 커피를 패스한다. 내일 또 보자, 커피야.




4 cafes




p.s. 카페 생존 주기를 수정합니다. 5-3-1년 식으로 점점 짧아집니다. 인간의 기대 수명과 반비례하지요. 카페 자영업님들, 힘내십시오.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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