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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다임 May 23. 2023

육아 전쟁의 서막

출산과 모유수유는 처음이지?

엄마가 아닐 땐 사랑스럽기만 했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나도 좀 살아야겠단 말이다.

누구에게나 자식은 귀하고 사랑스러운 것처럼,

1년 넘게 생기지 않던 아이인지라 딸은 우리에겐 참 귀한 생명이다.

부모가 된다는 설렘과 철부지 초보 엄마&아빠가 어설프게 준비하고선 아이를 맞이했다.


자연분만을 고집하다 양수가 세어 갑작스러운 유도분만 중..

아이가 움직이 않았다.

태동이 점점 줄었다. 

간호사선생님, 의사 선생님 모두 느낌이 좋지 않았는지

이 상태면 새벽에 큰 병원을 가야 할 수 도 있으니 제왕은 어떠냐며 물었다.


"촉진제를 넣고 있는데 자궁문도 안 열리고 애가 잘 안 움직이는데.. 원래 태동이 많이 없었나요?"


우리 딸로 말하자면

임산부 요가에서 선생님이 놀랄 정도로 태동이 심한 아주 격한 딸이었다.

태동 때문에 내 장기의 고통을 직격탄으로 느끼며 소리를 지르곤 했는데 얌전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나는 엄마에게 전활 걸어 물었다.

" 나 수술해야 한데. 촉진제 넣고 있는데 태동이 점점 줄어서 불안하데. 어떻게? "


엄마는 기어코 점쟁이에게 전활 걸어 언제 낳는 게 좋냐며 물었단다.

" 5시 반까지 낳으래. 그래야 좋데~ "


그때 시각이 오후 4시 50분이었다. 하하하

'40분 만에 어떻게 수술을 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5시 반 안에 낳아야 애한테 좋다니 그런 찝찝한 소리를 들어버려서 펑펑 울면서 간호사한테 부탁했다.


" 저 수술할 건데요. 5시 반까지 꺼낼 수 있을까요? 부탁드려요. "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당장 의사 선생님들 불러서 수술해 달라니.. 

간호사선생님도 당황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듯 노력은 해보겠지만 안될 수도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두 발로 걸어 수술실로 향했고 

생전 처음 들어간 수술실은 굉장히 무서웠다.


사시나무 떨듯 벌벌 벌 떨고 있었더니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며 한숨 주무시라며 날 재워버렸다.

보통은 하반신 마취하고 아이 꺼내서 안아보고 재워주는데 나는 그게 불가능해 보였는지 묻지도 않으셨다.

아마 물었어도 재워달라고 했을 만큼 정말 무서웠지만 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와 날 처음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남편은 보호자 싸인은 5시 24분에 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시간은 5시 30분. 

내 배를 가르고 아이를 꺼내는 시간이 고작 5분 남짓에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갑작스러운 내 진상 부탁에도 다 함께 노력해 주신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했다.

이게 뭐라고.. 이걸 부탁하는 나도 웃겼지만 맞춰주신 분들께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제왕수술을 했다.

겁 많은 쫄보였기 때문에 수술하기까지 넘 많이 울었는데 수술 후 마취에 깨어서도 눈물부터 났다.

아이를 보여주는데 너무 미안했다.


자연분만으로 낳아주지 못해 미안해.

처음으로 엄마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자연분만이 아니어도 괜찮은데 그땐 초보 엄마라 그게 좋다고 하니 더 좋은걸 못 해주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만약 다시 돌아가라면 그때도 수술을 선택할 것 같다.

생명과 연관된 일이다 보니 굳이 자연분만을 고집하며 아이가 잘못되는 것보단 안전한 방법이 최고라 생각한다.


막 태어난 내 새끼



그렇게 우리는 진짜 엄마, 아빠 

초보 부모가 되었다.








출산 전 꾸준히 요가를 해왔기 때문에 회복 속도는 정말 빨랐다.

의사 선생님이 놀랄 정도로 바로 걷고 앉아있었다.

진통제의 힘을 빌려 최대한 많이 움직였다. 그래야 빨리 회복한다고 해서.


임신하고 나는 15kg이 쪘다.

아이를 출산하고 다시 쟀는데 응? 왜 그대로일까? 망했다. 진짜 폭망상태.


3일째부터 모유수유 지옥에 빠졌다.

모유수유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일단 내 가슴이 터질 것처럼 아파오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참 인체의 신비를 많이 느꼈다.

먹는 건 별로 없는데 모유는 차곡차곡 채워지고 아이는 본능적으로 엄청 세게 빨며 잘 먹는다.

피가 나 아파해도 아이가 먹어야 하니 가슴팍 열어젖히고 앉아 생각에 잠기니 참 웃겼다.


수유실에서 처음엔 부끄러웠고 다음날엔 아무렇지 않았다.

이렇게 아줌마가 되었다.


부끄러워 온몸을 감추던 내가 아무렇지 않게 유축하는 모습을 보며 남편은 흠칫 놀래보였다.


"오빠. 나 젖소가 된 것 같아 "


이 말이 정말 나도 모르게 나왔다.


못 생겼다고 생각하셨죠? 지금은 이뻐요 ^^



2시간에 한 번씩 콜이 왔다. 애는 배고프다고 울고 젖은 짜야하고.

내 몸은 팅팅 부어 맘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결혼하면 끝! 이 아니고 시작이었고

출산하면 끝! 이 아니고 시작이었네



'잘할 수 있을까?'

부모가 되고 나서.. 매일 나에게 하는 질문이 되어버렸다.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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