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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다임 Aug 18. 2023

같은 세상이지만 다른 삶

애엄마라고 다 똑같지 않아

밤들기 전 항상 폰을 들여다보는 좋지 않은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다.

어쩜 그렇기 때문에 그 짧은 찰나에 다른 이들은 이렇게 살고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라는걸 조금씩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미 없는 터치를 몇 번 하다 보니 인스타를 켜고 엄마들 피드를 구경했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브랜딩'이다.

온라인으로 무언갈 하려면 (사업이든 소통이든 무엇이든) 어쨌든 나를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 이를 표현해 내는 것도 공부 없이는 흐지부지라는걸 느꼈다.


그러던 중 엄마들의 창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북토크쇼를 알게 되었다.

6명의 엄마들의 창업 스토리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

이미 19년도에 책으로 출간되었지만 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애가 없을 땐 항상 자신감 뿜뿜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닫지 못했다.

뒤돌아보니 참 준비 없이 아이를 가졌고 또 육아를 시작한 건 아닌가 싶다.







행사 장소는 우리 집에서 차로 40분, 버스로 1시간 20분 거리였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버스를 탔다. 

홀로 대중교통을 타본 게 얼마나 오랜만이지 20대 때 출근하던 그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오랜만에 음악도 들었다. 동요가 아닌 가요! 

이 마저도 감사하고 너무 즐거웠다. ( 이 해방감은 아마 24시간 육아에 지쳐있는 거 아니면 이해할 수 없다 )


행사장엔 5명의 저자와 진행자

그리고 토크쇼를 보러 온 열댓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참 조촐한 행사였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소통하고 눈 맞춤을 하는 것이 매우 좋아하는 나에겐 아주 만족스러웠다.


앨리웨이 인천 동네살롱 '육아 말고 뭐라도' 북토크


한 명씩 돌아가며 본인의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육아 말고 뭐라도] 


그로잉맘 : 육아 기절/놀이 분석 및 상담 플랫폼

한때 사회적 기업 창업에 도전하며 고군분투할 때 팀이름이 고민이라 생각했던 네이밍 중 하나라 참 익숙하다. 결국 우리는 다른 이름으로 정하고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이어가던 중 포기했다. 코로나라는 것에 대비하지 못 한 초짜였기 때문에 버티질 못 했다. 하지만 그로잉맘은 코로나가 올 줄은 몰랐지만 이미 온라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플랫폼 만드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완성될 때쯤 코로나가 터져 시기에 아주 적합한 플랫폼으로 완성된 것이다. 최근에는 모 기업과 M&A를 통해 회사를 매각해 보는 경험까지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대표님은 말씀을 차분하게 잘 설명해 주셔서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상담을.. 받고 싶을 정도였다. 


율립 : 천연립스틱 판매

이 브랜드는 19년도 아마존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창업자를 더 신기하게 보기도 했다. 그 당시 아마존에 입점한 초고속 성장 브랜드라는 걸 듣고 스마트스토어도 방문해 보고 이 브랜드를 열심히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며 없는 시간 쪼개 놀이터에서 노트북을 하며 키워낸 브랜드였다니. 시간이 없다는 건 다 핑계라는 게 이 분을 보며 느꼈다. 항상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는 열정을 지니고 계셨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도 사업에 관심이 많고 더 성숙한 느낌이랄까.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엄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딸의 말을 듣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나중에 인턴으로 채용해 보고 직접 일을 경험시켜주려 하신다는 대표님의 마인드가 정말 멋져 보였다. 육아보다는 일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도 육아도 참 열심히 하시는 분 같다. 


코코아에이전시 : 강연에이전시 & 수입판매

모임에서 개그를 담당하고 계시다는 아주 유쾌한 대표님이다. 이 사람들을 모아 책을 내자고 기획하신 장본인이다. 창업스토리가 참 사람 냄새났다고 할까. 해볼까?라고 생각해서 조금씩 어쩌다가 시작해 여기까지 이런 느낌의 창업이었다.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조금 힘들어 다시 취업을 하여 N잡을 이어가고 계셨다. 행동력이 정말 빠르신 분이라 뭘 해도 결과가 바로 나오는 분 같았다. 아님 말고~의 쿨한 도전 정신으로 얻은 새로운 기회 덕분에 더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것 같다. 


혜리빙 : 인테리어제품 판매

이분의 인스타는 정말 나와는 먼 센스 넘치는 사진 감각의 인플루언서 느낌이다. 아무래도 인테리어디자이너였기 때문에 미적 감각이 탁월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으나 남편을 설득해야 해서 조건부 퇴사를 하셨다고 한다. '300만 원으로 1년 안에 현재 월급만큼 못 벌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겠다' 이렇게 선언하시고 몇 달 만에 월급을 뛰어넘으셨다고 한다.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몇 달 만에 성공하셨다는 건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아트상회 : 브랜딩 디자인

최근에 알게 된 아트상회, 엄마의 작은 브랜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계신다. 디자인으로 먹고사는데 자영업자들이 코로나로 폐업이 이어지니 한때 어려웠지만 덕분에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셨다고 한다. 인스타를 보면 디자인, 브랜딩에 관련된 정보를 콘텐츠로 잘 만들어주셔서 1도 모르는 나에게는 선생님 같은 존재이다.


베베템

아쉽게도 행사에 오시지 않아서 만나 뵙지 못 했다. 개인적으로 육아용품 회사라 더 궁금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동네살롱 행사 사진



작은 행사였지만 이 자리를 통해 하나, 둘 인연이 쌓여 기분 좋은 행사였다.

함께 앉았던 분들과 인스타 팔로워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새로운 친구가 생긴 기분이라 평소 느낄 수 없었던 설렘을 느끼게 됐다. 


육아를 하며 '시간이 부족해, 못해'라고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똑같이 육아를 하지만 더 부지런히, 더 현명하게, 더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반드시 결과를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엄마의 속도는 느리다.

이것을 인정하고 천천히 또 끊임없이 걸어가야 비로소 결과가 나온다는 것.

육아말고 뭐라도 일단 해보자.




밖으로 나와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기반성 시간 그리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참 건강한 삶의 처방이다. 집 앞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엄마들, 파이팅! 집에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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