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이다.
나에게 주말을 통과한 후의 월요일 아침은 설렘이다.
월요일 아침, 아이들과 남편은 각각 학교와 일터로 떠나보내고, 간단히 집안을 정리한 후 노트북을 챙겨 스벅으로 향하는 길이 참으로 가볍다.
꽤 오래 있을 다짐으로 커피에 베이글을 추가한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와이파이를 세팅하는 것을 시작으로 쓰기의 세계로 들어간다.
쓰기의 첫 번째 관문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이다. 부처까지야 바라지 않더라도 슬픔, 우울, 불안, 짜증, 분노의 마음이 가득 찬 상태라면 쓰기는 제자리를 맴돌곤 한다. 오늘도 하얀 노트북을 바라보며 떠오르지 않는 영감을 끌어내보지만 시원치 않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주말여파의 개운하지 못한 감정찌꺼기들이 나를 방해 중이었다. 유리멘털인 나를 자책해 보지만 생각해 보니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더 못할 짓임을 깨닫는다.
이럴 땐 필사다.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공책에 천천히 필사해 본다. 문장을 쓰면서 느꼈을 작가의 마음과 당시의 상태를 따라가 보려 하지만 어느새 쓰면서 딴생각에 빠져버린다. 그래도 쓸 때의 문장들이 가슴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화학작용을 일으키리라 믿는다.
쓰지 못하면 읽어도 된다. 작년 동화 당선작들을 찬찬히 읽어본다. 스토리의 구성을 천천히 따라가며 읽다 보면 어느새 끝. 독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짧지만 깔끔하고 강렬한 이야기에 감탄과 질투를 무한반복한다.
결국, 야침 차게 주문한 베이글을 초조함과 함께 다 먹어버리자 쓸쓸하게 스벅을 퇴장한다. 충전이 가능한 황금자리가 비었건만 오늘의 나에겐 그림의 떡이다. 써지지 않으니 쩝. 아깝지만 과감하게 문을 박차고 나온다.
소설가들의 황금루트라는 산책 또한 빠질 수 없다. 천천히 공원을 걷자 짧고 간략한 영감들이 머릿속을 들락거리지만 뭔가 조금씩 아쉽다. 썸 타는 연인들도 아닌데 이렇게 마음을 바짝바짝 태운다.
결국, 오늘은 쓰지 못한 날이다.
오늘 나의 마음상태는 쓰기를 위한 최적의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무언가 펑하고 올라오는 게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쓰기에 집중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은 유튜브도 인스타도, 밀리에서 하염없이 읽는 것도 내 마음을 차지하지 못했다. 한 주간 제대로 쓰지 못한 결핍을 풀어내고 싶은 쓰기를 향한 욕망과 노력만이 하루를 채웠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매일 무엇이라도 쓰는 행위를 포기하고 싶지 않고, 쓰지 못해 자책하는 나를 달래고 싶어서이다. 쓰지 못한 날을 자책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쓰지는 못했지만 쓰기 위해 노력했던 다분한 노력들이 더 단단히 나를 잡아주리라 믿는다. 내일은 오늘 쌓인 마음만큼 더 잘 풀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