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결심했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미리 실험실을 경험하고자 동 대학교의 예방약학 연구실에 '학생 인턴'으로 지원을 했다. 처음 교수님은 나에게 원하는 연구주제를 마음껏 고르라면서 선택의 기회를 주셨다. 당시, 연구실에는 크게 4개의 팀이 있었고, 팀은 각각 대사질환, 피부질환, 치주질환 그리고 안과질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제약 업계에서 시장 규모가 크고 질환의 종류가 많은 대사질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을 연구하고 싶었다.
"교수님, 저는 대사질환 연구가 하고 싶습니다!"
"음... 그래? 그런데 대사질환은 어~ 연구가 힘들 텐데... 학생 인턴이 하긴 좀 그렇지 않나? 다른 건 어때?"
"아... 그럼 피부질환 연구를 하겠습니다."
"음... 그래? 그런데 피부질환은 재미없지 않아? 이왕이면 어려운 거 해야지!"
"아.. 그럼 치주...?"
"그냥, 안과질환 해!"
그렇게 강제로(?) 나는 안과질환 팀으로 배정되었다. 나중에 다른 대학원생들에게 들어보니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조금은 미안하셨는지 나에게 안과질환 중 하고 싶은 연구를 자유롭게 선택해 오라고 하셨고, 나는 다양한 질환 중에서도 백내장을 선택했다.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1) 국내에서 백내장 연구를 하는 연구실들이 많지 않아서 희소해 보였다.
2) 다른 안과 질환에 비해 백내장 연구가 간단해 보였다.
교수님은 해보라고 허락해 주셨다.
질병에 대한 효능 및 예방 연구를 시작하려면 질환 동물 모델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임무다. 세계적으로 연구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물 모델은 마우스와 랫트가 있다. 마우스는 성인 손바닥의 반 정도의 크기이고 랫트는 성인 팔뚝만 한 크기이다. 다루는 입장에서는 마우스가 작아서 편하지만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약간 어렵고 채혈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루기가 쉬운 랫트를 이용해서 연구 모델을 구상하였다.
사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 모델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효과나 안전성을 사람에게 시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복용하는 모든 약들은 임상시험 전에 동물에게 먼저 투약하여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하게 된다.
(참고로 동물 실험을 하기 전, 실험자는 동물 윤리에 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3R 원칙에 따라 동물윤리위원회를 통해 허가된 실험만 수행할 수 있다. 3Rs (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 : 동물실험을 수행하지 않고도 연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동물 실험을 대신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질환 동물 모델은 최대한 사람에게서 그 질환이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게 되며, 그 과정에서 질환을 억제하거나 치료해 주는 약물을 찾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백내장을 유발하는 방법은 크게 2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산화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주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자외선을 직접 쬐주는 방법이다. 강력한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물질을 주사하게 되면 불과 3일도 되지 않아 랫트에게 백내장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햇빛에도 포함되어 있는 자외선을 매일 1시간씩 2주일간 꾸준히 쬐어주면 똑같이 백내장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연구하는 물질을 백내장을 유도하기 전부터 꾸준히 복용시키면 백내장이 예방되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효과가 있는 물질은 백내장이 유발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가지기도 했고, 효과가 없는 물질은 물을 복용시킨 랫트와 차이가 없었다.
당시, 백내장 예방 효능을 확인하여 논문으로 발표했던 성분은 커큐민, 소나무껍질 추출물 (피크노제놀) 그리고 들쭉 추출물이었다.
우리 눈의 앞쪽에는 투명한 조직인 수정체가 존재한다. 카메라로 비유하자면 렌즈의 역할을 하는 데 빛의 굴절을 담당하고 있다. 눈을 통해 빛이 들어오면 수정체에서 한 번 굴절되면서 망막에 맺히게 되는 셈이다. 수정체 내부에는 수액과 단백질들도 구성되어 있는데 만약 산화적 스트레스로 인해 단백질들이 손상되거나 잘리게 되면 단백질 조각이 침전되거나 응고가 일어난다. 그러면 마치 투명한 계란이 흰자로 변하는 것처럼 수정체 내에 불투명한 흰색 침전이 생기는 것이다.
백내장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로 인데 지속적으로 쌓이는 산화적 스트레스의 누적되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노화 이외에도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 포도막염과 같은 안과 질환,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햇빛이나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백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백내장은 과거부터 노년층에서 많이 일어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백내장으로 진단을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잦은 스마트폰 사용, 전자기기 사용, 자외선 노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나이가 젊다고 할지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백내장을 예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백내장으로 진단되었다고 해서 초기부터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일상생활에 지장여부와 증상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생 생활을 하기에 아직 증상이 괜찮지만 강행해서 수술을 받아버리면 오히려 수술에 의한 불편감으로 인해 수술 전보다 만족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안약을 이용해 백내장의 진행을 늦춰주는 치료를 하다가 백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된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된 렌즈를 제거하고 인공 렌즈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대표적으로 인공렌즈는 단초점렌즈와 다초점렌즈가 있다. 단초점렌즈는 근거리 혹은 원거리 중에 하나만 선택하여 교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안경이나 돋보기를 착용해야 한다. 다초점렌즈는 근거리, 중간거리, 원거리의 시력을 다초점으로 동시에 교정해 주기 때문에 노안과 난시까지 동시에 교정되는 효과가 있다. 인공 렌즈도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대도 다르기 때문에 안과에서 충분한 상담을 받고 진행해야 하기를 바란다. 백내장 수술이 아무리 간단하다고는 하지만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임상 경험을 가진 안과 전문의에게 받는 것을 권장한다.
1) 가장 좋은 습관은 햇빛이나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다. 실제 연구를 해보니 빛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상당하며 이는 백내장뿐 아니라 다른 망막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눈에는 항산화 효소와 물질이 존재하나 이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자외선이 심할 때에는 야외활동을 줄이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2) 영양소가 풍부한 식단(신선한 과일, 야채, 오메가-3가 풍부한 식품 등)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고, 항산화제(VitC, Vit E, 플리페놀 등)를 꾸준히 복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3) 당연히 흡연이나 음주는 눈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줄여야 한다.
4) 규칙적인 안구 운동도 필요하다. 장기간 전자기기를 사용하게 되면 눈에 피로감이 심해지고, 안구건조증도 생길 수 있다. 40~50분간 눈을 사용했다면 10분간 눈을 쉬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5) 대게 안과 질환들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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