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한다. 특히 근 3년간의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흘러간 시간이 애석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런 고민을 내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다들 동감하는 분위기다. 일상을 바쁘게 반복적으로 살아내서 그런 걸까... 내 삶이 무기력하고 별로 의미 없는 일상으로만 가득 차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속설이 나에게도 적용된 것일까...
일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본 적이 있다. 증명된 내용은 아니나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여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뇌신경세포의 노화에 답이 있었다. 어릴 때는 뇌신경세포가 많은 범위에서 활성화되고 작은 자극에도 생동감 있고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하며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서 같은 장면을 세세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세상을 슬로우 모션을 건 것처럼 잘게 쪼개서 여러 장면으로 찍어낸다고 한다. 마치 프레임 수가 높은 동영상 촬영장비로 삶을 기록하는 것처럼 말이다. 근데 나이가 들수록 뇌신경 처리 속도가 느려지면서 같은 것을 보고 느끼더라도 많은 정보를 흘려보내고 핵심적인 사항만 기억한다고 한다. 심지어 인생을 살아오면서 반복된 순간은 굳이 머릿속에 기억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이 적을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삶의 순간순간에 뇌리에 담긴 모습이 적어서 상대적인 시간에 대한 속도감이 다른 것이다.
평소 사색을 좋아하는 나는 여유시간을 참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나에게 또 다른 힐링을 주는데,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 회사생활만 하다가 60살 정년이 금방이겠는데?... 작년 같지 않은 몸 상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매일 자극된 정신상태가 매일 같이 반복되면서 남들의 사는 모습만 엿보다가 정작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나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자꾸 위축이 되네...
근데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고 하는데, 이제라도 맘 편히 하나하나 의미 있는 순간을 내 내면의 자아를 아낌없이 보듬어주고 힐링해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과거가 있듯이 내가 가진 순수한 영혼을 기록하고 기억의 조각을 모아 내 삶을 아름답게 기록하면 어떨까... 글솜씨가 좋은 건 아니지만,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오랜 헌책방에서 꺼내 든 먼지 덮인 책처럼 아주 오래전 희미한 기억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회상을 선사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의 인생 한 자락에 아름다운 조각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