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은주 Jan 25. 2021

하얀까마귀

귀납법적 사고의 오류

 

 귀납법적 사고의 오류  한 농부가 장에서 칠면조 한 마리를 사 키우기 시작한다. 농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6시와 저녁 6시에 모이를 준다. 처음 칠면조는 조심스레 다가가 눈치를 보며 모이를 먹는다. 한달, 두달이 지나자 칠면조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매일 6시는 식사시간이라는 나름대로의 법칙을 세운다. 그 후 이 법칙의 정당성은 아침 저녁으로 확인된다. 아홉달, 열달이 지나자 칠면조는 매일 6시가 되면 아무런 의심 없이 먼저 달려가 기다렸다 모이를 먹는다. 열 한달이 되던 날 추수감사절이 되자 칠면조는 아침에 모이를 먹었으나 저녁에는 먹지 못한다. 농부는 저녁에 모이를 주는 대신 칠면조의 목을 칼로 내려친다. 만찬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다. 영국 철학자 비트런드 러셀이 과거 경험에만 비추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불안전 한지를 설명한 칠면조의 역설이다. 전형적인 '귀납법의 오류' 를 우화화했다. 귀납법이란 이론적 틀을 먼저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사물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이어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논증이다. '경험론' 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까 귀납법적 오류란 '지금까지 그리 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 이라고 믿을 때 발생하는 일반화의 오류인 셈이다. 인생의 전반을 힘써 살아옴에 있어서 나에게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주 무서운 개 한마리가 심장 어느 구석에 살고있다. 그 개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예기치 못한 상황과 감정의 홍수 속에서 나를 잡아 먹을 듯 뛰쳐 나온다. 그럴 때면 나는 평상시 나의 모습이 아닌 아주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것들을 마주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그 개를 회피 하거나 과민 반응으로 공존이 아닌 그 개를 헤치우려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귀납법적 사고의 맹점 처럼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그 개를 맞닥뜨리는 상황이 전개 되야 나 또한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아기가 낯선 곳에 가면 아주 활발히 주변을 탐색하고 놀잇감을 찾는다. 시간이지나 엄마를 찾고 엄마가 없으면 곧장 울어버린다. 자신이 찾은 신기한 놀잇감들은 다 내팽겨친다. 그렇듯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낯선 상활 속 낯선 개를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아늑하다고 여기는 요람을 품에 얻을 수 있다. 그 두가지의 상황을 내가 저울질해 중용의 마음으로 슬기롭게 대처해야한다. 조앤 미첼은 말한다.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지 않고는 아무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뭔가를 느낄 수 없어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려면 아주 강해져야 하죠." 예측 불가능 한 상황 속에서 내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한다면 그 상황 속 다양한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또한 "까마귀는 모두 검정색이야." 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어느 숲 속 깊은 곳에 하얀 까마귀가 날갯짓을 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철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