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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Sep 07. 2024

여수에서 먹고 싶은 음식은 이것!

이야기

"여수에 가면 뭐 먹을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늘 하는 고민이다. 그래도 집에서 멀리 가는데,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아니면 그 지역에서 먹으면 더 맛있는, 또는 서울에서 먹어보기 힘든 그 지역의 음식을 먹고 싶었다.


8월 마지막주 주말, 여수로 늦여름휴가를 떠나면서도 고민스러웠던 것이 먹거리였다. 네이버에서 '여수 먹거리', '여수 맛집' 등 음식 관련 키워드를 뒤적뒤적 하는데, "그래! 이거야" 싶은 메뉴가 없었다.


지난 5월 일본 삿포로에 갈 때는 먹어보고 싶은 메뉴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스시, 털게 요리 등이었다. 그런데 여수는 검색해 보면 할수록 헛갈린다. 바닷가라 해산물이 유명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회 같은 해산물들이 서울이나 다른 해안가 도시에서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메뉴들이라는 것이다. 내 미각은 서울에서 먹는 것과 여수에서 먹는 것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만큼 예민하지 않다. 그래도 여수하면 게장과 갓김치가 가장 유명했다. 일단 한 끼는 정했다. 게장!


그다음은 어디서 먹는 것이 나을까?


이럴 때는 현지인의 조언이 최고다. 다행히 10년 전 여수에 내려와 GS칼텍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 K가 떠올랐다.


친구 K가 게장, 회, 장어 샤부 샤부, 물회 등 여러 가지 메뉴는 추천해 줬다. 그래도 여수에 내려가니 K와는 '갯장어 샤부샤부'를 먹기로 하고, 간장게장 등 다른 음식은 따로 먹기로 했다.


여수 도착 첫날, 저녁은 K와 먹기로 했다. 장소는 K 회사 인근인 '여수해물삼합차가네 2호점'이었다.  처음에 K가 '하모 유비끼'를 먹자 해서 어리둥절했다. 세상 처음 듣는 단어다. 나중에 알아보니 하모는 갯장어, 유비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끓는 물에 데친다는 뜻이었다. 결국 갯장어 샤부샤부의 다른 표현이었다.


역시 지방 식당이라 상이 푸짐하다. 끓는 육수에 뼈를 잘 발라낸 하모살과 부추 등 야채를 넣고 데친다. 그리고 데쳐진 장어살을 양념장과 함께 양파 또는 깻잎에 싸 먹으니 입안에서 장어 고기가 사르르 녹는다. 또한 갓김치에 싸 먹어도 맛있다. 역시 여수 갓김치다.


육수에 데친 장어살을 부추와 나물 위에 올려 양념 쌈장과 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확실히 서울에서는 갯장어 샤부샤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음식에 무관심하게 살아오다가, 나이 들어 음식에 눈을 뜨는 것 같다. 같은 재료라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해서 먹으면 색다른 맛이 나온다. 소금 장어구이, 양념 장어구이, 장어 전골, 장어 샤부샤부 등 다양하게 조리된 장어 요리를 떠오르며 인간의 상상력은 참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어 K가 여수의 또 다른 명물은 전어라며 전어 회무침과 전어 구이를 시켜줬다. 전어 회무침은 서울에서도 먹어봤지만, 쫄깃쫄깃 맛있었다. 그리고 전어구이 먹는 법이 새로웠다. 보통 생선구이를 먹으면, 살만 조심스럽게 발라 먹곤 했다. 그런데 전어구이를 잡고 머리채부터 먹어보라고 했다.


내심 가시가 목에 걸리면 어떡하지 하면 조심스럽게 시도했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생선구이를 먹었다가 목에 걸려 고생한 기억이 떠올랐다. 눈 딱 감고 꼬리를 들어 머리부터 입에 넣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씹었다. 살만 발라 먹을 때와는 달리 색다른 맛이었다. 전어 구이 살과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찼다. 색다른 맛이었다. 다만, 처음 시도하는 거라, 역시나 뼈는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래도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기면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전어구이의 육즙이 생각났다. 밥과 함께 먹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또 먹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나 보다.


다만 먹는데 정신 팔려 사진을 못 찍어 놓은 게 아쉽기만 하다.


다음 메뉴는 두근두근 바로 게장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점으로 여수 남산공원 인근 '꽃돌 게장 1번가'를 찾았다. 여수에서 손꼽히는 게장 맛집이라는 K의 소개였다.


여수 둘째 날 돌산 방면으로 놀러 가기로 해 게장을 먹을 시간이 애매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와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오픈 시간 10시에 맞춰 게장집으로 갔다.


이제 막 오픈했는데 이미 와서 게장을 먹고 있는 손님들이 있었다. 우리 같은 손님들이 또 있었다.

"와! 게장이 아침 10시에 오픈하자마자 와서 먹을 일이야?" 우리야 돌산 일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게장을 먹고 돌산을 가야 해 이른 아점을 택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럴 일이었다.


꽃게정식 2인분을 시켰다. 간장 게장 2마리, 새우장 2마리, 양념 게장 2마리, 꽃게탕, 참게튀김, 게살 젓갈 등 다양한 게 요리가 나왔다. 딱 내 취향이다. 같은 재료, 다른 방식으로 조리된 요리들의 향연.



문뜩, 내가 게 요리를 좋아하나 싶었다. 지난 5월 일본 삿포로 가서도 다양한 털게 요리들을 먹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여수 게장은 확실히 게가 크고 게살이 통통했다. 말 그대로 밥 한 그릇이 뚝딱이었다. 게다가 갓김치가 텁텁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줬다. 최상의 조합이었다. 입이 짧은 여자 친구도 반찬 코너에서 양념 게장을 더 가져다 먹었다. 둘이서 대화 없이 맛있다는 말만 연발하며 정신없이 먹었다. 나는 양념게장보다는 간장게장이 더 좋았다. 나이 들었나 보다. 예전에는 무조건 매콤한 양념게장이 좋았는데 이제는 간장게장이 더 좋다. 다시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이른 아침이지만 과식을 했다. 하루 종일 배가 불렀다. 그래서 저녁은 가볍게 먹자고 했다.


여수시내 이순신 광장을 구경하다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해가 쨍쨍 비치는 한 여름 낮 3시인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집은 어떤 집인지 궁금해서 가 봤다. '바다김밥' 중앙 본점이었다.



'여수에서 파는 김밥이라. 여수 김밥은 뭐가 다를까?'


갑자기 땡겼다. 그래서 저녁은 호텔방에서 바다 김밥과 컵라면으로 정했다. 다양한 김밥을 먹어보고 싶어서 호기롭게 모둠김밥을 시켜보려 했다가, 여자 친구한테 혼났다. 다양한 종류의 김밥 25개였다. 둘이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갓김치 김밥, 아귀채 김밥, 중화어묵 김밥을 주문해, 호텔방에서 신라면 컵라면과 함께 먹었다. 역시 김밥엔 라면은 진리다.


우연히 발견간 여수시내 바다김밥. 맨 왼쪽이 중화 김밥, 맨 오른쪽이 아귀채 김밥, 그리고 가운데는 김밥과 컵라면의 조합.


서울에서 먹는 김밥과 달랐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갓김치 김밥이었다. 김밥에 갓김치를 추가했을 뿐인데, 갓김치의 풍미가 김밥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어 줬다. 역시 밥의 최고의 짝꿍은 김치인 것일까? 저녁은 가볍게 먹자 했는데, 또 과식이었다. 


여수를 다니면서 자주 볼 수 있는 간판이 세 종류가 있었다. 첫째는 간장게장/갈치조림, 둘째는 갓김치, 세 번째는 딸기 모찌였다. 이 3 종류 음식이 오늘 여수의 인기 상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딸기 모찌. 찹쌀떡과 딸기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딸기모찌는 모찌 안에 생 딸기가 들어가 있는 여수의 대표적인 군것질 거리다. 찹쌀떡의 쫀득함과 딸기의 시큼함이 어우러졌다. 색다른 맛이었다. 여자 친구가 맛있다고 좋아했다.


이번에 여수를 방문해 갯장어 샤부샤부, 게장, 여수 특색이 묻어있는 김밥, 딸기 모찌 등 여수만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여행을 오면 늘 아쉬운 점 중 하나가 위의 양이 적다는 것이다. 이래서 옛 로마인들이 음식을 입에 넣고 맛만 보고 뱉었나 보다.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많은데 위는 한정돼 있는 것이 속상하기만 하다.


다음에 여수를 오게 된다면 이번에 못 먹어 본 갈치조림을 도전해 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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