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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Nov 18. 2024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클래스 탑승기

이야기

※ 아시아나항공의 차세대 주력 장거리 기재인 A350. 조종석 창문가가 검은색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너구리를 연상시킨다.


"이래서 비즈니스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하는구나!"


지난 11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을 다녀왔다. 운이 좋아서 난생처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게 되었다.


이런! 독일을 간다는 것보다 비즈니스 클래스를 탄다는 사실에 더 설레었다. 내 마음속에선 비즈니스 클래스가 넘사벽 여행지였나 보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항공 운송 서비스가 고급 이동수단에서 대중교통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가능하면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입하고 그 돈으로 해외에서 잘 먹고, 잘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은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비좁은 이코노미석에 비해 비즈니스석은 얼마나 쾌적하길래, 비즈니스석의 서비스를 얼마나 다르길래. 어떻게 보면 이제는 보편화된 해외보다는 비즈니스 클래스가 더 궁금하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요즘에는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이유가 단순히 항공권 구입보다는 비즈니스 클래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모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항공사에서는 항공권이 오픈-보통 항공권은 출발 365일 전에 오픈되는데, 그때부터 예약이 가능하다-되면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비즈니스 좌석부터 오픈 당일에 마일리지 예약이 다 찬다고 한다.


그런 비즈니스를 타게 되었다. 아시아나항공 OZ541편. 항공기는 아시아나항공의 차세대 장거리 주력기인 A350. 정면에서 보면 조정석 창문 주변이 검은색으로 도색되어, 너구리라고도 불리는 항공기다. 도착지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다. 한국에서 출발시간은 오전 9시, 현지 13시 30분 도착. 비행시간은 13시간 30분이다. 보통은 12시간 내인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니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영공 통과가 어려워지며 인근 중앙아시아로 우회해서 가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늘어났다.


보딩이 시작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 줄에 섰다. 이코노미 줄은 길게 늘어서 있는데, 비즈니스는 줄 조차 짧았다. 311석이 되는 이코노미석에 비해 비즈니스석은 30석이 채 안되니 그럴 수밖에. 항공기 입구에서 승무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다. 자리는 7A. 1열 A~D까지 4석이 있고, 7열까지 있으니 총 28석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 모습(왼쪽). 180도로 펴진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의 모습(오른쪽)(출처: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자리를 보니 창가에 붙어 혼자 앉는 자리다. 아시아나항공이 자랑하는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이다. 이 좌석의 특징은 Full Flat, 즉 좌석이 180도로 평평하게 펴져서 누워서 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는 큰 화면, 왼쪽에는 물건을 둘 수납공간이 있었다. 수납공간에는 이미 슬리퍼, 립밤, 로션, 칫솔/치약, 안대, 귀막이, 수면양말, 헤드폰, 물티슈등 어매너티와 생수 한 병이 있었다. 그리고 베개와 이불. 이불은 이코노미석의 기내 담요보다 두꺼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매너티를 늘어놓고 사진이라도 찍어둘걸하는 생각이 든다. 늘 글을 쓰다 보면 사진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 다민, 처음 탑승하는 거 티 안 내려고, 촌스러워 보이지 않으려고 보이려고 사진 찍는 것을 자제하긴 했다.

비즈니스 스마티움의 모습. 좌석과 수납공간이 있다.(왼쪽) 정면에는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과 모니터가 있다.(가운데) 수납공간 위에는 생수, 어매니티, 헤드폰 등이 놓여 있다.


자리에 앉아 짐을 올리자 승우원이 와서 외투를 따로 보관해주겠다고 한다. 흔쾌히 외투를 맡기고 신발을 벗어 옆에 두고 두 발을 뻗어 본다. 아! 편하다!


곧 항공기가 이륙했다. '드디어' 비즈니스 클래스 장거리 여행이 시작됐다. 바로 리모컨을 들어서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어떤 예능이 있는지, 어떤 드라마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지루한 비행시간 동안 잘 버티려면 엔터테인먼트가 필수다. 할리우드 신작으로는 '인사이드아웃 2', '트위스트', '혹성탈출', '배드보이스', '듄 2' 등이었고, 한국영화는 '파묘'가 있었다. 기내 영화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영화는 제공하지 않는다. 기내 영화 특성상 옆자리에 앉은 미성년자가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을 했을 때도 그 선정성 때문에 기내에서는 상영하지 않았다.


요즘에야 기내 wifi가 상용화되었지만, 나는 인터넷이 안 되는 기내가 좋다. 인터넷이 안된다는 것은 곧 세상과 단절된다는 것이다. 기내에서의 시간은 오롯이 방해가 없는 내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내에서 책을 읽으면 집중이 잘된다. 특히 어두운 분위기에서 조명을 켜고 읽으면 그렇게 책 읽는 맛이 꿀맛이다. 이번에도 책을 2권 들고 탔다. 긴 비행시간 동안 1권을 다 읽었다.


항공기가 이륙하고 안정적인 고도에 이르자 담당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승객들 눈높이에서 인사를 한다. 마침 영화 '배드보이스:라이드 오어 다이'를 틀어 보기 시작했는데, 승무원이 와서 말을 걸어 헤드폰을 벗었다. 담당 승객에 대한 인사였다.


곧 이어서 승무원이 다시 돌아다니며 메뉴판을 나눠주며 점심 식사 메뉴를 물어봤다. 그래서 또 헤드폰을 벗었다. 점심 식사 메뉴는 양식과 한식으로 양식 스테이크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한식을 골랐다. 한식은 전채로 한우 케일쌈, 주요리는 쇠갈비구이 쌈밥이었다. 쇠갈비구이 쌈밥은 백반과 쇠갈비, 다양한 건강 채소와 특제 쌈장을 반찬 국과 함께 한상 차림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후식으로 신선한 과일과 쑥앙금떡과 호두정과가 나온다.  


고민, 고민하다가 겨우 한식을 골랐는데, 이번에는 음료 또는 주류를 뭐를 마실 거냐 묻는다. 보니까 식사 메뉴 뒤에 주류 메뉴가 있다. "그냥 화이트와인 주세요"라고 대답했더니, 어떤 와인을 원하느냐하고 묻는다. 메뉴를 보니 두 종류가 있었다. 그냥 아무거나 줘도 되는데, "아무거나 주세요"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승무원이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이다가 메뉴에 가장 위에 와인을 골랐다.  


나는 원래 기내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코노미석에서 먹는 기내식은 주니까 먹는데, 먹고 나면 왠지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된다. 그래서 비즈니스 기내식 역시 큰 기대를 안 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달랐다'.


전채로 나온 한우 케일쌈은 부드러웠다. 겨자 소스를 뿌려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그리고 주요리인 쇠갈비구이 쌈밥 역시 달랐다. 갈비 소스가 달짝지근하니, 고기가 잘 익혀져서 연했다. 상추와 깻잎을 비롯한 각종 채소에 갈비구이, 밥 그리고 쌈장을 올려 싸 먹으니 채소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채소를 먹어 그런지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다. 그리고 디저트로 나온 쑥 앙금떡과 호두정과도 맛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양이 과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OZ541편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 왼쪽은 전채인 한우 케일쌈, 오른쪽은 쇠갈비구이 쌈밥.


식사가 전채, 주요리, 디저트 순으로 나오니 이코노미석보다는 식사 시간이 길었다. 


식사를 마치고 집중해서 영화를 보려는데, 다시 승무원이 다가왔다. 다시 헤드폰을 빼고 들으니, 가벼운 식사 메뉴를 골라달라는 것이었다. 이제 막 점심을 먹었는데. 가벼운 식사 메뉴는 전채로 오렌지 쿠스쿠스를 곁들인 훈제 오리 샐러드, 주요리는 쇠고기 스트로가노프와 어항 전복, 송이버섯을 곁들인 상황버섯죽 중에 고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후식은 초콜릿 라즈베리 퍼지였다. 역시 내 선택은 고기였다. 쇠고기 스트로가노프를 골랐다.


곧 기내 조명이 꺼졌다. 특히 장거리 비행 시 기내 시간은 다르게 돌아간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12시 정도 되었는데 수면을 취하라고 조명이 꺼졌다. 독일 시간으로는 새벽 4시였다. 한국시간으로 한 낮이니 잠이 올리가 만무했다. 의자 등받이를 기울여 영화 '배드보이스'를 다 보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잠이 와서 '마침내' 180도로 의자를 눕혀 잠을 청했다. 그래도 기내에서 두 다리 쭉 뻗고 누워서 잘 수 있다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럼에도 낮시간이라 선잠을 잤다. 2시간 정도 잔 듯하다.


책을 읽어도, 영화를 봐도, 잠을 자도 시간은 더디게 가기만 한다. 잠이라도 푹 자면 좋으련만,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다시 조명이 켜졌다. 왠지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시 식사 시간이 되었다. 그나마 두 번째 식사가 나온다는 것은 그래도 상당 거리를 왔다는 의미였다. 오렌지 쿠스쿠스를 곁들인 훈제 오리 샐러드는 왠지 오렌지의 상큼함에 훈제오리의 맛이 더해져 입맛을 돋웠다.  


그리고 이어 나온 주요리 쇠고기 스트로가노프와 볶음밥이었다. 역시 한국 사람은 고추장!. 고추장을 뿌려 먹으니 역시 맛이 있었다. 그리고 초콜릿 라즈베리 퍼지 역시 달달하니 먹고 나니 입안이 깔끔한 느낌이었다.

가벼운 식사 메뉴로 왼쪽부터 전채 전채로 훈제 오리 샐러드, 주요리 쇠고기 스트로가노프, 초콜릿 라즈베리 퍼지.

간단한 식사 역시 과하지 않았다.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자리가 편해서 그런 걸까?


그리고 한참을 비행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는 간식으로 라면 또는 샌드위치가 나왔다. 어디선가 솔솔 라면 냄새가 났다. 소심해서 라면을 못 시키고 있었는데, 승무원이 와서 간식을 물었다. 다만 라면은 다 떨어졌단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달라했다.


프랑크푸르트에 다 와가니 승무원이 맡겨놓았던 외투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비즈니스 승객 일일이 비행 중에 불편함 없었는지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곧이어 비행기가 착륙했다. 정말 13시간 30분 비행시간은 길고도 길었다. 비즈니스석도 힘든데, 이코노미석은 더 힘들 것 같았다.


내리고 나서 호사로운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코노미석에 익숙했던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괜히 비즈니스석이 아니었다. 아! 또 타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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