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야야기
※ 필라테스 창시자인 조셉 필라테스가 브리지 자세를 취하고 있다.
흔히 브리지는 대표적인 골반 운동, 아니 엉덩이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신체의 다른 부분의 동작으로 고루 써야 하는 전신 운동이었다. 그리고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그 사소한 움직임이 브리지 동작을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브리지 운동은 왠지 하기 민망한 동작이다. 누워서 엉덩이만 드는 동작으로 옆에서 보면 다소 민망할 수 있다. 게다가 또 신경 쓰이는 점은 바로 티셔츠다. 보통 반바지 위에 티셔츠를 내놓고 운동한다. 여자들처럼 몸에 딱 달라붙진 않아도 근육의 움직임을 옷으로 숨기지 않을 정도의 타이트함이 있는 티셔츠를 입지만, 브리지를 하려면 옷매무새를 다듬어야 한다. 티셔츠 끝자락을 바지 안에 넣고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브리지 자세를 취했을 때, 티셔츠가 기울기가 낮은 상체 쪽으로 흘러 내려가, 처진 아랫배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민망하기도 하지만 흘러내리는 티셔츠가 상당히 거슬린다.
◇ 브리지 하는 법
-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깐다. 그리고 그 위에 눕는다.
여기서 누웠을 때 정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누워서 고개를 빼꼼 들어 양 발을 보고 정렬을 잡아야 하는데 이게 또 쉽지 않다. 나름 정렬을 맞췄는데, 모임(Moim) 팔라테스 LS 원장님은 늘 골반이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며 왼쪽으로 아주 살짝 움직이라 한다.
한 번은 위에서 내 누운 모습을 보고 싶다. 얼마나 삐뚤게 누워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면 나중에 정렬을 맞추기 쉽지 않을까?
- 양팔을 골반 쪽으로 뻗고 두 손바닥으로 바닥을 누른다.
- 양 무릎이 삼각형이 되도록 무릎을 세우고 양 발은 어깨너비로 벌린다. 이때 양 무릎 사이에 써클링을 끼우기도 한다.
- 호흡을 내쉬면서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꽉 누르며 골반을 말아서 골반-등 순으로 엉덩이를 든다. 이때 허리를 과도하게 위로 밀면서 들면 안 된다. 순전히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이용해 들어야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양손으로 바닥을 누르는 것이다. 골반 운동을 하는데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양손으로 바닥을 미는 힘이 어깨를 통해 등, 그리고 코어로 전달되며 브리지 동작이 한결 쉽다. 그리고 브리지 동작을 하면서 양 무릎을 안으로 누르며 써클링을 조인다. 엉덩이 근육이 뻐근해질 때, 양손으로 바닥을 꽉 누르면 그 힘이 엉덩이로 전달되어 버틸 힘이 생긴다. 참 신기하다. 우리의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 호흡을 내쉬면서 등-골반 순으로 말아서 내려온다. 이렇게 10회씩 여러 세트를 하면 된다.
브리지 강도를 높여 더 힘들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브리지 동작을 한 후에, 오른 다리를 공중으로 든다. 오른 다리를 위아래로 내렸다 올리거나 오른 다리를 쭉 펴서 뻗은 상태로 위아래 동작을 하면 된다. 다만 오른 골반이 왼 골반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골반의 높이를 평행으로 맞춰야 한다. 한 다리를 공중이 들어서 남은 엉덩이 근육으로 내 체중일 받치기 때문에 강도가 세진다.
두 번째 방법은 양 발의 높이를 높이면 된다. 매트에 누워서 양 발을 롱박스나 스텝박스 위에 올려놓고 브리지를 하거나, 캐딜락에 누워 푸시바에 양발을 올리고 브리지를 하면 골반 근육에 힘이 한껏 들어간다. 다리 높이가 높아진 만큼 엉덩이를 더 들어야 하기 때문에 강도가 높다. 금방 엉덩이 근육이 뻐근해진다.
브리지 동작을 하면 평소 얼마나 엉덩이 근육을 안 썼는지 실감한다. 다리나 코어 같은 다른 부분과 달리 브리지 자세를 하자마자 얼마 안 되어 엉덩이가 뻐근해진다. 그만큼 엉덩이 근육이 약하다는 반증이다. 엉덩이 근육은 단순히 우리가 어디엔가 앉을 때를 위한 쿠션이 아니다. 또는 관상용 근육이 아니다. 복근과 바로 연결되어 걷거나 달릴 때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브리지 자세에서 힘들어지면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지면으로 떨어진다. 엉덩이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신의 힘을 다 써야 한다. 양손으로 바닥을 누르는 힘이 날개뼈를 지나 코어로 전달되고, 양 허벅지로 다리 사이에 있는 써클링을 조이는 힘이 복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엉덩이 근육과 함께 복근과 허벅지 근육이 함께 하체를 지탱해, 전신 근육을 골고루 쓴다.
바닥을 누르는 손에서 등을 거쳐, 안쪽 허벅지를 조이는 힘이 코어로 전달되는 과정은 느낄 때마다 신기하다. 내 몸이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브리지의 가장 큰 장점은 누워서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이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몸과 마음을 깨우기에 스트레칭과 브리지가 딱이다. 몸이 풀리고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운동에 대한 의욕도 살아난다.
왠지 운동이 귀찮은 날, 브리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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