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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연 Dec 28. 2020

글쟁이가 너무 싫었다 브런치가 너무 좋았다

글은 늘 거짓말을 할 수 있었으니까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보니 약 1-2년 동안 여러 방면에서 의욕만 앞서고 정작 ‘기본’이 없는 마케터, 기획자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미친 듯이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불행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부딪히며 모르면 알 때까지 그럼에도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받아낼 수 없는 나의 한계와 인사도 나누며 배우고 싶었던 배워야 했던 갈증을 해소했으니까.


나는 사실 인정하기 싫지만 찬찬히 돌아보니 좋아요충 이었다.


패션 블로그부터 막연하게 시작했던 17년도에는 정말 내가 궁금했던 직업 분야에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가며 인터뷰 글을 썼고 최적화라는 개념이 머리에 생기기도 이전에 일방문자수 300-500명 단위를 기록하며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열심히 홍보했다.


내가 생각하는 패션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과 열심히 소통하며 결국에는 내가 생각했던 옷까지 론칭하는 도전을 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생활한복 브랜드였다.

< https://tumblbug.com/mokoxle2oleo?ref=discover​ >

TMI이긴 한데.. 말로만 남기는 걸 싫어해서 늘 글과 함께 인증할 수 있는 것들을 보관해둔다.


서론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계속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남기고 가치 실현까지 함께 도전하는 활동을 꾸준히 했고 솔직히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멋지게 여겨 왔다.


이후에는 페이스북의 페이지를 통해서 늘 오늘, 내일의 느꼈던 감정을 기록하고 다시 생각하는 것을 습관화하던 나였기에 지금은 글이라 하기도 민망하지만 짧은 시 같은 감정 글 장난 들을 남겼었고


참 신기하게도 이런 글들이 엄청난 좋아요 수와 공유수를 받으며 그리고 페이지 팔로워는 1만 명 까지 넘어가며


누군가들의 좋아요와 댓글 그리고 책을 내달라는 말에 나 스스로가 정말 엄청난 타고난 글 천재라고 착각을 했었다.



17년도부터 여러 도전을 하던 중 개인적인 사정으로 첫 회사생활, 스타트업에 취업하게 되었다.


기고만장했던 나는 SNS 세상에서 굳이 좋아요나 댓글로 자기를 증명하지 않고도 대단한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사실 평소에도 글을 잘 쓴다, 내가 쓰는 글이 좋다 라는 말을 들을 때 많이 행복하다. 진심으로

하지만 정말 글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정보 혹은 전문적인 분야들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거나 동기부여가 되고 싶던 나는


그저 말장난으로 연애 공감이나 이별 위로하는 글들을 혐오하게 된 것이다.

글을 정말 사랑했지만 글은 경험하지 않은 나 자신 조차 상상 속에서 착각하며 살도록 하는 위험한 수단이라는 것을 직장생활을 해보며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다시 오늘의 나로 돌아와서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2020년의 나를 돌아보니 그런 부끄러운 나를 낮추고 SNS 망상 속에서 나오게 하는 방법이 바로 채찍질이었다.

SNS 세상이 아닌 현실에서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도 나의 노력을 통한 가치와 재능들을 인정받아보고 싶었고 아직 끝은 아니지만 목표했던 단기간 내에 직장에서 대리로 진급하고 파트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는 현실을 걷고 있었다.

노력한 시간들과 결과를 두고 보면 당연히 행복하고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지만 한편으로 나는 꽤나 지쳐있었고 또 다른 세계에서 “나”를 잃고 있었다. 나를 미워하는 방법만이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온전한 “나”를 다시 겸손히 조심히 찾아가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브런치를 마주하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이 월요일 약 4시간 뒤 출근을 해야 하는 순간임에도 잠 못 이룰 정도로 설렘의 공기가 공존한다.


2021년에는 그동안 글쟁이가 싫었던 이유를 나 스스로 경험하고 배우는 환경으로 바꾼 이 순간들에 브런치를 통해 더 나다운 모습으로 글을 다시 사랑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게 그저 글이 아닌 직접 모험하며 공유하는 선한 영향력의 글로 더 자주 많이 다시 나를 소개하고 싶어 졌다.


때문에 나는 글쟁이가 너무 싫었지만 브런치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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