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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제품 Apr 10. 2024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다닐 트리포노프의 리사이틀을 다녀와서

고전파 음악의 깔끔함과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연주


다닐 트리프노포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1부의 라모, 모차르트, 멘델스존을 거쳐 2부 베토벤 함머클라이버 소나타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멘델스존은 낭만파 작곡가로 분류 되지만 1부의 멘델스존의 곡은 감정을 드러내는 낭만파 음악이라기보단 고전파의 구조적인 매력을 표현한 <엄격변주곡>이어서 사실 상 오늘 연주는 바로크~고전파 스타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연주였다. (바로 직전 롯데콘서트홀 연주에서는 현대작곡가(심지어, 앵콜은 존케이지의 4분 33초)의 곡들을 선보였기 떄문에 오늘은 고전파를 노린 것이 맞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마 2부의 베토벤 함머클라이버로 리사이틀의 클라이막스를 마무리하려고 1부에서 빌드업을 해서 2부로 연결시키려는 연주자의 의도가 아니였을까 싶다.





오늘은 프로그램 중에 베토벤 함머클라이버와 멘델스존 엄격변주곡 두 곡이 특히 감명 깊었다.


사실 함머클라이버가 베토벤 소나타 중에 가장 어려운 곡이라는 것을 익히 들었으나 막상 유튜브로 이곡을 접했을 때 그렇게 매력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40분 정도 되는 이곡의 앞부분만 듣다 말다만 반복했던거 같다.


엄격변주곡도 이런 곡이 있었다는 거는 알았지만 낭만파 특유의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멜로디보다는 음악의 구조를 알아야하는 보다 분석적이고 학문적인 요소가 많은 곡이라 듣는 재미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연주자인 다닐 트리프노포는 이렇게 나에게 어려웠던 곡들을 아주 쉽게 풀어내어 주었다.


먼저, 멘델스존 엄격변주곡을 들었을 때 이 곡이 '변주곡'임을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테마를 거쳐 6잇단음표로 변주하기도 하고 장조로 전조되기도하며 마지막은 마치 협주곡의 카덴차처럼 화려하게 마무리가 되기도 했다. 결국 하나의 테마에서 계속 변주가 되는데 각 변주마다 톡톡 튀는 부분들을 잘 느낄 수 있게끔 표현했다. 그래서 더 다채롭고 재밌게 들렸고 이 곡의 매력이 뭔지 잘 느껴졌다.


2부의 함머클라이버 역시 시간 가는줄 모르고 감상했다. 1악장의 강렬한 타악기같은 부분들을 거쳐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겨 움직이는 거마냥 어느순간 1악장의 중반부로 도착했고 또 타악기스러운 부분을 거치며 어느순간 1악장이 끝났다. '이게 바로 함머클라이버야!' 라고 선언하듯이 1악장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2악장도 순조롭게 흘렀다. 3악장은 마치 낭만파 작곡가처럼 서정적인 멜로디가 길게 흘러나오다 4악장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아주 현란하고 화려한 부분들을 뽐내고 곡은 강한 화음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두곡모두 내가 크게 관심없고 흥미가 없었음에도 연주자의 설득력있는 연주를 통해 그곡들이 엄청 매력있고 또 듣고 싶어지는 곡이 되었다.



전문가가 되는 법 ? 쉽게, 그리고 진심으로 다해 누군가에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함



이렇게 어떤 주제에 대해 전혀 관심없는 사람에게 그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는 것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거 같다. 이때 전문가는 학력이 높고 권위있는 사람만이 전문가가 아니다.  자기 분야에 쉽고 그리고 진심을 다해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선생님들 중에 어려운 것도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 잘가르치는 사람이듯 전문가도 아예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아는 내용을 쉽게 전달해주는게 바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분야를 사랑해야 전문가다. 내가 잘 알아는 분야라도 그 분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뭔가 전문가라고 부르기 민망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의미에서 오늘의 아티스트인 트리포노프는 전문가였다. 진심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은 물론 너무너무 쉽게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해주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어떤 분야에서 누군가에게 쉽고 또 진심으로 내용을 전달해줄 수 있을까? 나의 전문 필드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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