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제품 Apr 12. 2024

많이 안다고 좋은 것일까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

좋긴 좋은데... 아쉬움이 많았던 공연


발레 감상을 좋아하는 나는 우리나라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정기공연은 16년도부터 거의 빠짐없이 다 보고 있다. 처음 발레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매력에 빠진 이후 벌써 8년정도 발레를 보고 있으니 같은 작품도 여러번 보게되는 경우가 생겼다.


이번에 본 백조의 호수도 사실 거의 10번은 봤을 거 같다. 그런데 수확체감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작품을 보면 볼수록 흥미나 감동이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본 백조의 호수는 아쉬움이 가득했었다.




먼저, 오케스트라가 많이 아쉬웠다. 백조의 호수는 초반 서주부터 관악기가 이끌어가는 노래가 많은데 관악기 특유의 삑사리(?)가 많이 들려 정말 거슬렸다. 예전에 봤던 백조의 호수에서는 이런일이 없어서 좀 당혹 스러웠다.


그리고 무용수들의 흐름도 아쉬움이 있었다. 이전에 내가 감명깊게 봤던 무용수들과 계속 비교를 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예전에 어떤 무용수는 이 동작에서 조금 더 높게 뛰면서 한두바퀴 더 돌았는데.. 어떤 부분에서 좀 더 다이나믹하게 춤을 추면서 감정을 표현했는데 등등


물론 백조 32마리가 나와 펼치는 발레 블랑은 정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고 군무가 정말 딱딱 잘 맞아 떨어져서 묘한 희열감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너무 많이 작품에 대해 알아서 아쉬움 또한 컸었던...



오늘 공연을 보고 많이 안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라는 삐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백조의 호수를 내가 처음 봤으면 이런 우아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접한 그 사실에 흠뻑 취해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을 직접 여러번 본것을 넘어 자주 유튜브 영상으로 찾아보고 백조의 호수와 관련된 다양한 글도 접하고 다양한 평가도 접하면서 이 작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는 작품을 볼 때 비판적인 요소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거 같다.



이렇게 너무 많이 알아서 오히려 독이되는 사례는 생각해보면 많은거 같다.


여행 계획할 때 미리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철저하게 준비하면 막상 여행지를 가면 내가 이미 봤던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 들어 감동이 적었던적이 있었다. 이거 역시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인 상황이었다.


우스개소리로 결혼이나 출산을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저지르라(?)는 어른들의 조언도 있다. 이 역시 모든 것을 알면 결정하기 쉽지 않아 지니 멋모르고 얼른 결혼이나 출산을 하라는 어른들의 지혜이지 않을까 싶다.


살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냥 멋모르고 하는 결정이 오히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았던 순간들이 많았던거 같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 많이 알면 오히려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는거 같다. 어디까지 알아야하는게 적정선인지 모르겠다. 어디까지 알아야할지 어디부터는 비워내야 할지 오히려 더 머리가 복잡해진다.




'알면 다쳐'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ㅎㅎ            




작가의 이전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