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니어 비서와 주니어 비서
비서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주니어 비서 자리는 피하자…”라는 것을.
나는 주니어 비서직을 2번이나 했었고, 4년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하라고 하는 이유는 오너의 비서가 아닌, 시니어의 비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CEO의 입장에선 여러 명의 비서가 편하다. 한 명이 못 나올 경우, 차질 없이 일을 지시할 수 있다. 또한 각 비서들의 특성에 따라 알맞은 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란 원래 일하는 사람만 일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한 명의 비서만 일한다.) 실제로 50% 이상의 회사들은 2명 이상의 비서를 둔다.
먼저 주니어 비서와 시니어 비서의 개념을 알아보자. 시니어 비서(Senior) 오래된 비서. 보통 과장급 이상이다. 주니어 비서(Junior) 어린 비서. 사원 주임 대리급이다. 5년간의 경험으로 말해보자면,
1. 텃세가 심하다.
오래된 시니어 비서 밑에, 어린 주니어 비서들이 자주 바뀐다면 한번 의심해 볼만 하다.
본인의 자리를 뺏을까 봐 텃세를 부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일을 안 한다. 주니어 비서는 CEO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시니어 비서의 텃세에도 적응해야 한다. 또한 비서직의 특수성으로 인해 단둘이 근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여러 명이 있는 구조라면 눈치 때문이라도 선 넘는 행동을 못하겠지만, 비서실의 특수성으로 인해 모든 행동이 다 용인된다.
ex) 물건 가져가기, 일 안 하고 놀기, 화장하기, 고데기하기 등등...
나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 직장 상사인 L과장은 회사 내 왕따였다. 일은 잘하지만 사회성 결여였고 타 직원들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 정도면 하는 거에 비해서 많이 주는 거예요"/ "초등학생도 이것보다 잘할 거예요"와 같은 발언들로 괴롭혔다.
현 직장 J 차장은 전형적인 월루다. 모든 일은 시니어에게 맡기고, 오래돼서 그냥 놔두는 사람. 그래서 배울 점도 없다. 잘되면 내 탓 못하면 네 탓의 표본이다.
2. 애매한 포지션과 업무의 몰빵
CEO가 비서에게 지시한다. 시니어 비서가 모르는 일일라면 주니어 비서가 하게 된다. 어리고, 빠른 주니어 비서는 CEO의 신임을 받아, 일이 점점 몰린다. 결국 나만 일하는 순간이 온다. 당연히 시니어 상사의 일도 나에게 오고 어느 순간 내가 누구의 비서인지 명확해지지 못하고, 나 혼자 바쁜 그런 순간이 온다.
상사이기에 적당한 사회생활이라는 선에서 해줘야 하는 것도 있지만, 비서인지라 느낌상 내가 상사의 수발을 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비서가 여러 명이고, 주니어 비서를 보면 왠지 모를 동지애가 느껴진다. 괴롭히는 상사를 보면 내가 대신 싸워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간다. 다들 적당한 공격성을 가지고 스스로를 보호하기를.
그리고 시니어 비서들은 인과응보다. 돌려받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