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명절선물 보내기
난 원래 명절을 좋아했다. 워낙 먹성이 좋아서 설날이면 떡국 추석에는 과일을 먹으면서 보내는 행복한 명절을 기다렸다. 그런데 비서일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유는 엄청난 선물 양이다. CEO에게 들어온 택배를 다 분류하고 기억해야 한다. 보낼 선물은 택배로 보내야 하고, 들어온 택배는 다 까야하고 , 분류해야 한다.
오너들에게 명절선물은 본인들의 인맥과 친분을 돈독히 하는 매개체이다. 비서들에게 그저 택배상하차이뿐이다.
내가 열어야 하는 택배 상자들. 비서 5년 차면 택배 뜯기와 포장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심지어 CEO가 항상 선물을 보내는 사람과 매년 새롭게 보내야 하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주소 확인은 필수이다. 곧잘 그들은 거처를 옮기기 때문에 항상 명절마다 최소 30명 이상에게 주소 확인의 전화를 해야 한다. 나는 회사로 CEO가 선물을 시키면 포장하고 분류한다. 또한 와인이나 과일 직배송 하는 곳으로 가 보낼 곳들을 알려주고 처리한다.
근데 이게 은근히 어렵다..
한번 아찔했던 실수는 나의 CEO는 와인을 주로 보내는데 와인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말장난처럼 단어 하나로 가격이 몇 배가 달라지는 지도.
일반과 rose의 가격은 2배 이상이었고.. 나는 두 개를 바꿔 보냈다.ㅜㅜㅜ심지어 와인샵에서 직배송을 요청한 건데. 이미 퀵으로 발송이 다 됐고 결국 몇십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구구절절 사죄로 마무리됐지만 비서분들은 알 것이다. 이런 실수가 얼마나, 죄책감으로 몰려오는지… 인제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그런 각오를 하면서 이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