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게 있어?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은 하고싶은게 없다는 것이다.
나는 크게 원하는게 없다. 바라는것도.
이것이 정말 문제였다. 항상 나보단 타인을 생각하는 K장녀라 나의 욕망은 억제되어 왔었다.
“내거 좋아하는 것은…”하고 자신의 취미를 나열하는 사람은 언제나 부러웠다. 그 취미를 해본 적이 있다는것이고, 그 말은 그럴 여력이 되고,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해서 그만큼 성찰해봤다는 뜻이니까.
또 이와중에 2명의 동생이 있고 비서라는 직업으로 정말 타인을 그 누구보다 잘 챙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나는 뒷전이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잘하는지가 가장 어려웠다. 내가 잘하는 건 눈치가 빠른것이고, 누군가를 챙기는 것이고 좋아하는 건 타인을 완벽히 챙기는 가식된 내모습이었다.
이번 예정되지 않은 퇴사는 이런 나의 자아에 너무 큰 혼란을 주었다. “나는 생각보다 참을성이 좋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무슨 생각으로 참은거지”라는 이어지는 자책. 나에 대해서 더 잘알았더라면 그런 무수한 상처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 덜 예민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지 않았을까?싶다.
그러던 중 픽사의 '엘리멘탈'의 보게 되었다. 엠버는 거의 나였다. 불같은 성질에,욱하는 걸로 항상 모든 일을 내 자신이 스스로 망친다고 생각해왔다. "조금만 더 성격을 죽였다면, 거기에서 화내지 말걸"
항상 내가 달고 사는 말이었다. 엄청난 공감과 함께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나와 같은 K장녀들에겐 원하는 것을 생각해볼 여력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제약 속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거친 세상을 살아갈려면 당연히 불같은 성격이라는 무기라도 있어야 한다. 비록 물과 같은 사랑을 만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번씩 찾아보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또한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의미와 함께.
"내가 원하는 일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애초에 의미가 없었음을 알았기 때문이야 "
그래서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려고한다.
나는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또한 책읽는 것도 좋아하고, 카페라떼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번 보는 것도 좋아한다. 또한 뭔가를 생각하고 적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찾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유리회사에 인턴하러 가는 엠버처럼 나의 자아를 찾을 날이 오지 않을까. 설령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것들을 잡고 살아가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K장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