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이직 이야기
나는 경력이직에 성공했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 물론 이직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상식 이하의 일들을 겪고 있어서 적어보았다.
1. 불친절하다
당연히 나이도 먹었고 엄청난 친절을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를 상처를 줄만한 언행은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었고, 내가 맡은 자리는 정말 온갖 중요한 일을 다하는 자리였다. 내가 그 문화에 적응할 틈도 없이 실무에 뛰어들었고, 정말 그만두고 싶을 만큼 선 넘은 언행들을 들어서 적어보고 싶었다.
내가 제일 자주 들었던 말 세 가지.
"그걸 이해하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의 일도 아닌데, 막 들어온 나는 당연히 죄송하다고 사과할 수밖에 없다. 정말, 본인은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는지. 그리고 갓 들어온 사람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그 한마디들이 내가 굉장히 무능력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모르면 물어보면서 하세요"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만... 정말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 아니라면 사양하겠습니다..
막상 물어보면 "전임자 메일 찾아가면서 하세요, 매뉴얼 찾아가면서 하세요"..ㅎㅎ어떻게 하라는 거지? 참고로 나는 전임자의 급한 퇴사로 메일 또한 옮겨 받지 못했다...
결국 내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밝히면 대충 알려주고 끝이다. 결국 나는 온갖 불친절한 꼰대들의 말에 적잖은 감정을 소비한 후에 일 처리를 하게 된다.
2. 텃세가 심하다
아까 위의 말도 텃세의 일종이다. 하지만 가령 나의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나, 어떤 하나의 행동에 대한 지적은 인제 다들 30 넘고 40넘은 마당에 그만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당신의 후배이기 전에 나도 하나의 인격체고, 회사생활을 해본 경력직이다.. 정말 이상한 것들로 텃세 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욱하는 성질에 가서 싸우고 싶지만 나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기에 참는 수밖에 없다...
나는 텃세의 문화나 군기의 문화를 정말 혐오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들의 가르쳐준다고 내뱉는 오만의 말들 속에서 상대방은 무수한 상처를 입는다. 본인부터, 실수 하나 없는 오점하나 없는 사람인지 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이 먹고 그러는 거 진짜 추하다..
3. 조금 더 관대 해질 순 없는 걸까?
나는 이번에 퇴사와 입사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생각보다 타인에게 매우 각박함을 느꼈다. 현대 사회에 개인주의에서 당연한 거지만, 정말 무관심을 넘어선 혐오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아니 그냥 사람의 기분을 해하지 않고 말해줄 순 없는 걸까.. 경력이직은 서럽다. 신입도 아니고, 나이는 찼고 그 조직의 신입과 다름없으니... 하지만 경력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기대치와 텃세를 겪어내야 한다.
한 예능에서 자신의 말투로 고민이라는 한 여성 분이 나왔다. 나는 그분의 고민을 보면서 정말 경악스러웠다. 내가 몸담았던 업종이 들은 다 그렇게 텃세가 심한 곳이어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너무나 잘 안다. 타인의 약점을 겨냥한 막말과 고통받기를 원하면서 주는 업무들. 그런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임을, 꿈을 포기할 수 도 있는 상황임을 왜 모를까. 정말 뻔뻔했고, 그만큼 돌려받기를 바랐다.
더글로리를 보면 가해자들만큼, 방관자들도 나쁘게 묘사된다. 또한 가해자들의 협박에 못 이겨, 같이 가해자가 되는 군중심리를 보면서 세상엔 정말 보이지 않는 나쁜 폭력도 존재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서 정말 경력 이직자들에게 대단하다는 동지애를 느끼며, 한없이 애틋해진다. 나는 이런 곳에서 살아남아서, 보여주고 싶다. 나는 그런 문화 따윈 이겨내는 사람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