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에 갑자기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내가 뭘 좋아했더라, 그동안 시간이 생기면 뭘 하고 싶었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답해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파트타임이지만 출근을 하고 그 외에 시간은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했어요. 시집을 읽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운동을 하고, 반려식물을 들여와 가꾸고,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 마셨어요. 때때로 맛 좋은 커피가 있는 곳이라면 멀리 있어도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출퇴근 길에는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며 건강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어요. 그렇게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가 있었어요.
파트타임으로 서점에서 일하는 건 꽤 즐거웠어요. 예전부터 서점에서 일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거든요. 수많은 책들과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슬슬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난히 길어진 이번 휴식이 지루하지 않았고 끝남에 아쉬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한 탬포 쉬고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기 직전의 순간엔 늘 커피 옆에 있었더라고요.
일을 하다 지쳤을 때도, 실연을 당했을 때도 이제 까지 해오던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실의에 빠졌을 때도 커피를 마시고 있었어요. 카페인 때문인지 따뜻한 온도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그렇게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곤 했어요.
'그래, 커피를 해보자.'
결심하고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취득을 위한 아카데미를 수강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어설프게 뚝딱거리는 제 모습이 우습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옆에 있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고 두 달간의 수강을 마친 후엔 자격증도 딸 수 있었어요.
커피는 마실 때도 좋지만 직접 손으로 내리는 과정들도 참 즐겁더라고요. 능숙한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는 동작들을 보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멋져요.
저도 어엿한 바리스타가 되는 그날까지. 앞으로 이곳에 커피를 배우고, 마시고, 만들면서 느끼는 것들을 글로 적어 남겨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 건강에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평생 커피를 마실 것 같아요. 만약 바리스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 배우고 남겨놓은 것들은 죽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을걸요. 저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시작점이 있을까요?
커피 쓰다*Coffee Write 지금부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