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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원 Apr 02. 2023

바리스타의 수첩 속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4) 드립커피 연습일지

드립커피 혹은 필터커피나 브루잉커피라고도 하지요. 같은 원두, 레시피로 내리더라도 바리스타의 숙련도에 따라 맛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연습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고요. 언뜻 보기엔 그저 물만 부어주는 것 같은데 말이죠. 드립커피 레시피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카페마다 바리스타마다 다 달라요. '핸드드립'은 물줄기를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추출하는 방식이고 '푸어오버'는 중량이나 시간, 온도 등을 측정하여 정밀하게 추출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저울을 사용하지 않고 추출 시간과 서버에 담기는 커피의 양을 확인하며 추출합니다. 사용하는 원두의 양과 총 추출량, 물 온도는 고정해 놓고요. 이 레시피에서는 추출하는 동안 얼마만큼의 물을 어느 정도의 세기로 부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처음 드립을 배울 때는 일관적인 추출이 중요하겠지만, 원두마다 가지고 있는 맛의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원두 각각에 맞는 추출 레시피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해요.


처음 드립을 배울 당시에 원두중량, 물온도, 추출량 은 고정한 상태에서 추출시간은 2분 내외로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드립연습 일지를 기록해서 정리해 두었어요.

  

1)과테말라 27g 물온도 87도 추출량 250ml(이었으나 후반부 세게 부어서 300ml) 추출시간 2분
-사전 추출 30초
-1차 추출 75ml
-2차 추출부터 푸어오버(가운데만)
*피드백 : 산미가 너무 세고, 단맛이 안남 -> 연하게 내리고 점점 진해지도록 연습하기

2)과테말라 27g 물온도 87도 추출량 250ml 추출시간 1분 49초
-사전추출 30초
-1차 추출 60ml
-2차 추출부터 푸어오버(가운데만)
*피드백: 떫은맛 약간, 나머지는 괜찮음

3)과테말라 27g 물온도 87도 추출량 250ml(첨수 20ml) 추출시간 2분 23초 로스팅 12일 차
-사전추출 35초 40ml
-1차 추출 70ml(살살 부어준다.)
-2차 추출 100ml부터 푸어오버
*피드백: 단맛보다는 쓴맛이 강하다. 물 추가하고 나서는 쓴맛이 덜나고 단맛이 더 난다.

4)니카과라 40g 물온도 87도 추출량 300ml 추출시간 1분 50초 [아이스]
-사전추출 35초
-200ml까지 조금씩 부어줌
-300ml까지 조금 더 굵은 물줄기로
*피드백: 농도가 낮다.

5)에티오피아 40g 물온도 87도 추출량 300ml 추출시간 2분 [아이스]
-사전추출 35초
-1차 추출 60ml
-2차 추출 100ml부터 물줄기 굵게
*피드백: 잡미, 찌르는 산미, 맛이 너무 강하다

갓 로스팅한 원두의 경우는,
-사전추출 20초
-평소보다 넉넉히, 빠르게 붓기
-50초 때까지 다 붓기
-1분 20초 내외로 250ml 추출


피드백은 선임이나 동료등에게 맛을 봐달라고 부탁했고요. 이렇게 기록해 가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 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면서 레시피를 정교화해 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위에 적힌 레시피들은 말 그대로 연습일지 이기 때문에 따라 하셔도 맛이 없을 겁니다..ㅎㅎ


완성형은 아직이에요. 여전히 연습의 연습을 거듭해 나가는 중입니다. 그래도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과정은 꼭 필요해요. 드립커피는 추출을 하는 도중에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유리하죠. 드립 연습일지는 추후에 다음 편을 기약하고 이번 편은 마무리할게요.

다음 편에서는 에스프레소 세팅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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