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에스프레소 세팅
오픈 근무를 하게 되면서 직접 에스프레소 세팅을 잡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 가지 변수를 두고 세팅을 잡게 되는데요. 원두량, 추출량, 시간입니다. 하루에 세 번 정도 세팅값을 체크하는데요. 아침, 점심 전, 오후 이렇게 세 번 정도를 권장합니다. 매장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일했던 곳에서는 아침에 출근하고 약 30분 정도 지났을 때 전날 세팅값을 기준으로 맛을 보는 정도로만 체크합니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거나 추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혹은 느리게 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대로 갑니다. 그러고 나서 점심시간 전, 대략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쯤에 보다 정확하게 그날의 세팅값을 정하게 됩니다. 카페가 가장 바쁜 시간인 12시부터 2시 사이에는 세팅값을 조절하고 바꿀 여유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해두는 것이지요. 그러고 나서 2시 이후에는 발열된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의 상태, 일교차에 따라서 세팅값이 오전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맛을 보며 확인하고 변경하기도 합니다.
- 변수: 원두량, 추출시간(초), 추출량
- 세팅시간: 아침/점심 전/오후 이렇게 세 번 정도 체크
제가 사용했던 그라인더는 원두가 분쇄되어 나오는 시간으로 양을 조절합니다. 초수가 길수록 원두가 더 많이 담기는 거죠. 그리고 추출시간은 분쇄도를 얇게 할수록 느려지고, 분쇄도를 굵게 할수록 빨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출량은 커피를 얼마나 뽑아낼 것인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추출량은 에스프레소를 받는 샷잔 아래에 저울을 두어 측정하기도 하고, 샷 글라스에 있는 눈금을 보고 측정하기도 합니다. 경험상 무게를 재는 것이 편차가 적고 보다 정확하더라고요.
최종적으로는 어떤 값을 적용했을 때 가장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리하면서 간 보는 거랑 비슷하죠?
처음에는 커피 추출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헷갈렸다니까요? 이 세 가지 변수를 하나씩 바꿀 때마다 어떠한 결괏값이 나오게 되는지 이론적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스스로 이해시켰어요. 변수 조절도 직접 해보면서 추출 값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그간의 세팅 일지를 쭉 보았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가장 최근의 평균 세팅값이 크게 차이가 나더라고요. 초반에는 이론보다는 느낌? 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하하.. 그러는 바람에 커피를 참 많이도 마시게 되었지요... 여기서 소개해 드린 변수는 3가지 정도였지만 사실 압력, 온도, 머신 부품, 물(필터), 디스트리뷰터 등등... 굉장히 많은 변수로 커피맛을 조절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추출이론이 잡혀야만 다양한 변수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앞으로 고생할 우리의 위장에게 유감을 표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필터바스켓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