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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May 08. 2023

꽃갈피

고니가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써달라고 했다.


나는 아래의 두 가지 이유

1. 가사 쓰기도 바빠서 취미로 글을 쓸 수가 없음

2. 쓸 주제가 고니 얘기밖에 없음

로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시 아래의 두 가지 이유

1. 가사 쓰기가 너무 시름

2. 고니가 자기 얘기 써도 된다고 함

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흐


-



2023년 5월 6일.

고니가 꽃을 선물해 주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꽃 한 송이를 골라서 내 머릿속 추억 앨범 10322쪽에 꽂아두기로 한다.

나는 이 날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꺼내 볼 것이다.


-


이 날은 고니가 부산에서 올라오는 날이었다.

나를 만나러 먼길을 오는 고니를 위해 마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계획대로 역에 일찍 도착했는데 승강장을 못 찾아서 조금 헤매었다.

승강장을 찾아서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고니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올라오는 고니랑 눈이 마주쳤는데

갑자기 너무 떨렸다.


이유

1. 3분 정도 후에 승강장에서 만날줄 알았는데 3분 일찍 계단에서 만나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됨

(3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아시나요? 3분은 맛있는 한끼 식사를 완성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입니다) (오뚜기 기준)

2. 자기 급하게 오느라 대충 하고 온다고 했는데 아님, 완전 내 스타일임

(맨날 대충 하고 와도 될듯)


그래서 갑자기 혼자 낯가리느라 고니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까지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고니가 나보고 카톡으로는 막말하면서 (전화로도 막말함) 직접 만나면 얼굴도 못 쳐다본다고 키보드 워리어라고 했다.

해외 금융 사범과 방구석 여포의 만남..


-


요새 내가 목이 계속 쉬어 있어서 고니가 꽃이랑 같이 프로폴리스를 준다고 했는데 물건이 잘못 와서 프로폴리스 대신 프리바이오틱스를 줬다. 내가 고맙다고 장이 건강해지면 몸이 다 건강해져서 목도 건강해질 수도 있지. 라고 했는데 고니가 이건 반송해야 한다고 못 준다고 했다. 그래서 프리바이오틱스는 보기만 했다. 고니 얼굴은 못 봐도 프리바이오틱스는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혹시 나한테 프리바이오틱스 영업하려고 접근한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겠다.


-


고니 얘기를 쓰는 데에는 고니의 동의도 필요했지만 나 스스로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나의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편인데 남자친구에 대해서는 그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인스타에 고니랑 논 사진을 올린 것도, 브런치에 고니 얘기를 쓰는 것도 내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하고 있는 일이다. (고니야 보고 있닝?)


전에 애인이 있는 걸 드러내지 않는 남자나 여자는 만나지 말라고 하는 글을 봤다.

나.. 나쁜 여자였을지도..?

당연하지만 어떤 의도가 있어서 숨긴 게 아니라 연애 중인 걸 티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헤어지면 게시물을 내려야 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고니를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렇게 고니의 존재를 드러내는 이유는

1. 고니가 너무 좋음

2. 고니가 너무 좋음

3. 고니가 너무 좋음


장난이고. (장난 아님)

나는 뭐든지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남자친구에 대해서만 기록하지 않는다는 게 문득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는 얘기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게 monga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이상 '헤어지면'이라는 가정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아침의 피아노>에서 특히 좋아하는 부분을 다시 찾아 읽었다.


-


아침 산책.

또 꽃들을 들여다본다.

꽃들이 시들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철없이 만개할 수 있을까.


-


나는 고니를 만나는 동안 철없는 꽃들처럼 살 것이다.

혹은 삼식이. 뫙뫙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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