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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청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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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Mar 20. 2023

모래알

놓다

1. 손으로 무엇을 쥐거나 잡거나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손을 펴거나 힘을 빼서 잡고 있던 물건이 손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다.


오랜만에 두 손을 내려다 본다.

전에 놓았다고 생각한 무언가가 여전히 내 손에 있다.


처음에는 놓고 싶지 않아서 손을 꼭 쥐었다.

그것은 모래와 같아서 아무리 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래도 나는 그것의 일부를 손에 남길 수 있었다.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오랫동안 쥐고 있던 손을 폈다.

남아 있던 일부가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오랫동안 쥐고 있던 탓에 손바닥이 축축했다.

몇 개의 모래알은 축축한 손바닥에 붙어 손을 펴는 것만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 모래알들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손바닥을 부딪혀 털어내야 했다.


나는 그렇게 하는 대신 몇 개의 모래알이 붙어 있는 내 손을 다시 꼭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놓았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두 손을 내려다 본다.

전에 놓았다고 생각한 무언가는 여전히 내 손에 있다.


모래알 몇 개에 불과한 그것은 내 마음 속에서 모래사장이 되었다.

그 모래사장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정말로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손바닥을 부딪혀 내 손에 붙어 있던 모래알들을 털어낸다.

이제 나는 그것을 놓는다.


하지만 작은 모래알들이 남긴 자국은 여전히 내 손에 남아 있다.

자국이 없어지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자국이 없어지면, 나는 비로소 그것을 놓았다고 소리내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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