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낯을 가리는 방법
올해 처음 알게 돼서 서너 번쯤 본 지인이 있는데 얼마 전 만났을 때 나보고 핸드폰이 새 것 같다고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게 썼냐고 물었다. 나는 2년 내내 케이스를 끼운 채로 사용했고, 액정필름을 어제 새로 붙여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지인이 나한테 “너는 살면서 한 번도 핸드폰을 떨어뜨려 본 적이 없을 것 같아.”라고 했다.
살면서 한 번도 핸드폰을 떨어뜨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속으로 ‘엥?’ 하면서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그래? 그런가?” 하고 친구 세 명에게 카톡으로 내가 그래 보이냐고 물었는데, 친구들은 그 사람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거라고 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핸드폰은 재작년 나의 생일날 쓰던 핸드폰이 침수돼서 산 핸드폰이고, 침수된 그 핸드폰 또한 그 전에 쓰던 핸드폰이 침수돼서 산 핸드폰이고.. 대학생 때는 액정이 박살나서 갈고 온 날 바로 다시 박살낸 적도 있다.
예전에 비하면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빈도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는 주의가 깊은 쪽보다는 주의가 부족한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서, 지인의 말을 듣고 며칠 간 의아한 상태가 되었다. 내가 그런가? 그래 보이나? 그래 보이려고 했나? 나는 편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며칠 후 만난 다른 친구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나를 잘 아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안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만났을 때는 ‘새침’하다고 했다.
나는 ‘새침’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도 오랜만(거의 처음)인데 심지어 그게 나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게 웃겼다. 내가 ‘새침’하다니.. 내가 ‘새침’해 보이다니.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을 불편해 하거나 어색해 하지 않아서 어디 가서 낯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꼭 불편하거나 어색해야 낯을 가리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내가 낯을 가리는 방법은 ‘새침’하게 구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