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신규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의 하굣길.
하교 지도를 위해 일 층에서 아이들이 신발을 갈아 신고 줄을 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신발을 갈아 신고 내 앞에 선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야깃거리가 생기자 아이들은 재빨리 신발을 갈아 신고 모여들었다.
모두 나의 대답만 기다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뭘까? 두구두구두구두구-'
내 머릿속이 바빠진다.
절-대로 아이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돼.
(다음 교단일기에는 내가 아이들의 질문에 절-대로 대충 대답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사건을 쓰겠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대답을 하지 못 한 것이다.
"글쎄.. 선생님은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
나에게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는 아무데나 쉽게 붙일 수 없는 말이었다.
제일 아름다운 것을 고르려면 먼저 아름다운 것 여러 개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나는 아름다운 것 하나를 떠올리기도 어려웠다.
* 리빙 포인트
-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 할 때는 선생님이 대답을 '못'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빠르게 아이들에게 되물어야 한다.
"너희들은 뭐라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물어보니까 '꽃'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고 '엄마'라고 대답한 아이도 있었다.
어른들은 하지도 않을 질문이고 대답하기도 어려운데 아이들은 참 쉽게 대답하는구나 싶었다.
'예쁘다'는 말은 어렵지 않은데 '아름답다'는 말은 어렵다.
아름답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 아름답다
1.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2.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대단할 것도 없었다.
내 주변에는 이미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내가 아름다운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어른들은 참 표현에 인색한 것 같다.
사실 내가 그런 거지만.
근데 저만 그런 거 아니잖아요. 그쵸?
다음에 같은 질문을 다시 받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주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이다.
"너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