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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Feb 14. 2023

방금 떠나온 세계 (1)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 이 글은 책의 내용과 결말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초엽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 최후의 라이오니 - 요약

* 마리의 춤 - 감상

* 로라 - 감상



* 최후의 라이오니


- 죽음은 결코 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닫는다.

- 나는 셀이 나를 라이오니라고 믿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보통의 로몬들과는 다르게 태어났다.

이런 나에게 처음으로 단독 의뢰가 들어온다.

나는 멸망한 거주구에 탐사를 나가고 그곳에서 ‘셀’을 만난다.

셀은 내가 ‘라이오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라이오니라고도, 라이오니가 아니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거주구가 진정한 멸망을 맞이하는 동안 나는 내가 다르게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된다.

나는 셀에게 내가 라이오니인 것처럼 말한다.

셀이 나를 라이오니라고 생각하는지, 라이오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원래의 거주구로 돌아와 꿈에서 셀과 라이오니를 본다.

그들은 더 이상 불행하지 않다.



* 마리의 춤


- 그날 저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 나는 연습실을 나오면서 테두리 밖으로 약간 밀려난 기분을 느꼈다. 내가 단 한 번도 속한 적 없는 그 세계에서. 그것은 아주 이상한 느낌이었다.

- 나는 그런 일을 벌일 권리가 마리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세계 안에는 다시 여러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다수의 세계와 소수의 세계.

이성애자의 세계와 동성애자의 세계.

비장애인의 세계와 장애인의 세계.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결코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다.

세계는 소수가 다수의 방식에 맞추기를 강요하는 동시에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모든 결정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수의 합의’ 혹은 ‘다수의 강요에 의한 합의’에 그칠 뿐이다.


소수의 자발적 동의 없이 우리는 그 무엇도 합의할 수 없다.

다수는 소수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어도 결국 이해할 수는 없다.

소수가 되어 보기 전까지는.



* 로라


- 로라는 말했다. 사랑과 이해는 같지 않다고.

- 로라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 진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수록작 중에서 가장 짧지만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 이상순이 유퀴즈에 나와서 한 얘기가 떠올랐다.

이효리의 이상형이 ‘이해심이 넓은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자신은 효리를 ‘이해한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세상에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남을 이해한다고?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상순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아닌 인정.


작품에서 진은 세상 그 누구보다 로라를 잘 이해하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것들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가 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로라의 말처럼 그 노력은 상대를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 가깝다.


나는 사랑과 이해가 같지 않은 것처럼 함께하는 것 또한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랑한다고 꼭 함께할 필요도, 이해할 수 없다고 꼭 함께하지 않을 필요도 없다고.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을 때, 앞으로 함께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선택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함께하지 않기를 선택했을 때 나는 그것을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사랑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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