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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더베리 Jan 06. 2021

불혹, 그런데도 혹하는 것 같을때

어렸을때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는 20대라고 생각했다. 

한창 좋아하던 드라마나 만화들이 20대때의 가장 꽃다운 나이를 보여주면서 

그 나이가 세상의 전부인것처럼, 가장 아름다운 때인것처럼 보여주는 모습에

나는 그 시기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20대가 되었을때는, 30이 되고 40이 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하루하루 가는게 아까웠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나이가 들면, 

지금 고민하는 것들을 고민하지 않고 

결정되어있는 삶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외견상으로는 그래보이는것 같다.

어릴때 30,40,50대인 선배들을 보면, 부모님을 보면,

흔들리지 않으시는데 나만 왜 이렇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살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안흔들리겠지 라고 막연히 믿었다.


이제 그 나이들에 하나씩 가까워가며 느낀다.

그 분들도 흔들리지 않았던게 아니구나.

속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었겠구나 라는 조금의 이해. 


공자의 논어 "위정편"에서는 나이대별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정의한다. 

나이 30은 이립(而立)이라고 한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

나이 40은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나이 50은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


그런데 나는, 

30살에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있었던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갈팡질팡 헤맸다.

들리는대로 보이는대로 마음을 다 내주고 살다보니 

서있지만 위태위태하게 서있는듯한 기분. 


불혹이 되어서 혹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든다.

속으로는 지독하게 혹하는 마음이 들지언정

적어도 조금은 혹하지 않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고나면, 다시 10여년이 지나면 하늘의 뜻을 좀더 밝히 아는 눈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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