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승일 Jun 17. 2024

길에서 주운 카드 쓴 70대 할머니

"나쁜건 알지만 얼마나 큰 처벌을 받겠어"라고 잘못 생각한 어르신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만 원권 지폐 한 장이 땅에 떨어져 있다. 물론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혼자다. 이때 “앗싸. 오늘 횡재했네. 운수가 좋으려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최소 20년 전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2024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길에서 주운 것을 쓸 수 없고 함부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 다 안다.


단지, ‘죄는 될지 몰라도 큰 처벌이야 받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의외로 많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나 연세가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이나 그렇다.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피해자는 은행 업무를 보고 집으로 던 길에 신용카드를 분실했다. 그런데 그 카드를 누군가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급하게 지구대로 직접 찾아왔다.


카드를 사용한 곳은 편의점과 약국 두곳 이었다. 그것도 약국에서는 관절염에 바르는 연고 등을 구입하면서 사용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사용 내역을 보고 ‘아마도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이 그랬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후 용의자의 이동 경로를 역 추적해 4시간여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3회에 걸쳐 총 6만 2천 600원을 사용했다. 사용한 사람은 70대 후반의 할머니였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대로였다.


현금과 다르게 타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때는 처벌도 다르다. 먼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 받는다. 형법 제360조를 보면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사기와 여신전문금융업 위반 등으로 함께 처벌받는다. 할머니께서 그런 구체적인 법 조항까지는 모르셨을 것이다. 단지 죄가 된다는 것은 충분히 아셨다.


길거리에 떨어진 남의 물건, 함부러 썼다가는 큰일 납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큰 죄도 아닌데 한번 봐줘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의외로 많다. 물론 대부분 연세가 많은 분이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선처(?)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는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가끔은 안타까울 때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법을 살펴보면, ‘타인의 유실한 물건을 습득한 자는 이를 신속하게 유실자 또는 소유자, 그 밖에 물건 회복의 청구권을 가진 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자치경찰단 사무소 포함)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유실물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한 가지가 있다.


‘습득물이나 그 밖에 물건을 횡령함으로써 처벌을 받은 자 및 습득 일부터 7일 이내에 절차를 밟지 아니한 경우 소득권 취득의 권리가 상실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습득자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보상금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떨 때를 말하는지도 법에서 명확하게 설명한다. 습득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 이후에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보상금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한가지 들어 보자.


‘길을 가다 현금 백만 원을 주웠다. 이를 바로 신고하지 않고 계속 고민 중이다. 그렇게 7일이 지나 버렸다. 그러다 양심상 이후에 신고했다’라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보통 6개월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주운 사람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또 그 권리가 생긴다. 그래서 경찰서에 신고할 때 소유권을 주장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묻는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때는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뭐든 습득한 즉시 신고하는 게 맞다.


다시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할머니는 “나쁜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뭐에 씌워서 한 것 같다. 미안한데 한 번만 봐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었다. 하지만 당시 사건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그때 할머니의 모습이 또렷하다.


지금 자신의 주변에 나이가 드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더 알려드렸으면 한다. 신고하는 것이 힘들다면 그냥 모른 척 가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러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신고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물건을 분실했을 때 ‘로스트(LOST)112’ 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 사이트를 알아두면 좋다. 실시간으로 습득 및 신고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의 모든 경찰 관서에서는 접수된 유실물을 실시간으로 게재하고 있다. 분실 신고와는 별개로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자신의 물건이 확실하다면 사이트에 등록된 경찰 관서(경찰서 생활질서계, 지구대, 파출소)에 연락하고 기타 정보를 확인하고 직접 찾으면 된다. 이때 반드시 전화 등으로 확인해야 한다. 경찰 관서에서 분실물을 등록할 때 소유자만 알 수 있는 표시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누구나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다. 아무튼 그렇게 찾게 되면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처음에 말했듯이 길에서 주운 남의 물건, 죄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가 안다. 단지 ‘큰 처벌이야 받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을 잘 살피고 정확하게 알려 줬으면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