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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Nov 03. 2024

“좋은 게 좋은 거죠”라는 후배의 말, 의미는 뭘까?



          

긍정 :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


“우리 팀 직원들이 지난번에도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팀에서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기존부터 해오던 규칙이 있는데…. 어쩔 수 없으니, 이번에도 팀장님 팀에서 하시죠?”


“늘 해오던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바꿔야죠. 직원들이 더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얼마 전 사무실에서 근무 방식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부서 팀장과 저의 대화입니다. 기존에 해온 방식이 있으니 그대로 하자는 의견과 힘든 일을 같은 팀만 계속하면 어려움이 있으니 돌아가면서 하자는 견해차였습니다. 사실 저도 우리 팀 직원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만약에 다른 팀 이야기였다면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겁니다.


결과론적으로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하게 되었고 우리 팀 직원들이 같은 업무를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며칠 지났는데도, 자꾸 생각났습니다.




우리 팀 직원은 아니지만 종종 대화를 나누는 후배가 있습니다. 아직 경찰관이 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배울 점이 많은 후배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일이 생각나 하소연하듯 커피를 마시다 또 이야기했습니다.


“아니 잘못된 게 아니라도 뭔가 문제점이 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더 발전하는 거 아니겠어. 왜 자꾸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는 거지”


“팀장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좋게 생각하시고 잊으시죠”


“아니 너는 뭔 말만 하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데 진짜 그게 좋은 거야? 사실 솔직한 답변을 말하기 싫고 피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


“꼭 그런 건 아니고 직장 생활하면서 다 같이 긍정적으로 생활하자는 의미죠”


“그러니까. 넌 ‘그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 난 빠지겠다’라는 거잖아”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전 ‘힘들면 내가 하지’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그 후배와 대화의 끝은 없습니다. 단지 제가 가지지 못한 긍정적인 모습이 그 후배에게는 있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을 뿐입니다.




사회생활 자체가 마치 전신주에 얽힌 전선들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뒷담화 : 남을 그 사람 모르게 헐뜯는 행위. 또는 그러한 말


저는 뒷담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내 장점도 뒤에서 말하지 말라’고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는 정도입니다. 그만큼 내가 그런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우리 속담에 ‘없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우리는 남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평가하고 비난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나도 완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충분히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글을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 읽는다는 점에서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뒤에서 남을 이야기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상대를 폄하하고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의 경쟁 관계에 있다면 더욱이나 그렇습니다.


뛰어난 상대보다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쉬운 방법 중의 한 가지를 뽑는다면 상대방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그러면 자신이 올라갈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잘못된 생각인 걸 알면서도 그렇게 믿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일정 시간은 눈속임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금방 밑바닥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걸 깨우치기까지는 상당한 사회생활이 필요한 듯합니다.




다시 그 후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이 너무도 좋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결단이 필요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성격 좋은 사람’의 이미지만으로는 사회생활을 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회생활을 2년여 해온 후배의 모습은 칭찬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의사 표현을 남에게 말하는 사람보다는 긍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고 이쁩니다.


오늘도 그 후배는 제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제가 그냥 해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아무런 의미 없이 해 주는 그 말에도 저는 긍정의 자세를 배웁니다. 그리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처음에 그 후배로부터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나랑 말하기 싫은가?’라는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주 듣다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가 아니고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건 좋은 태도라고 봅니다. 거기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라고 덧붙여 함께 쓴다면 어떨까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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