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승일 Oct 26. 2024

'1초'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랜만에 백화점에서 쇼핑을 끝내고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양손에는 종이가방이 들려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내리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칩니다. 한 손에 있던 종이가방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제 기분도 함께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때 드는 생각입니다.


‘1초만 기다렸다가 타지’




운전을 하면서

   

운전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운전했으니까요. 다행인 건 지금까지 제가 낸 교통사고 기록이 없습니다. 주차장에서 뒤 차량 범퍼와 부딪친 적이 한 번 있는데 일정 금액을 주고 현장에서 합의하고 끝낸게 전부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운전하다 신호가 바뀌어 멈췄습니다. 그리고 다시 녹색 직진 신호가 켜집니다. 옆에 있던 차량 한 대가 굉음을 내면서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드는 생각입니다.


‘예측출발 위험한데 1초만 있다 출발하지!’




횡단보도 앞에서


집 앞 횡단보도에 멈춰 섰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보행자 신호가 길게만 느껴집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드디어 보행자 신고가 켜졌습니다. 급한 마음에 바로 뛰기 시작합니다. 그때 우회전하는 차량이 있습니다. 놀라서 멈추어 섭니다. 제가 급하게 뛰어든 건 생각하지 않고 분명 보행자 신호라며 속으로 차량 운전자에게 화를 냅니다.


약속 시간에는 늦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횡단보도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기억납니다. 기분이 상했습니다. 오늘 약속 시간에는 늦지 않았지만, 감정이 상한 기분이 회복되는 시간은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때 드는 생각입니다.


‘1초만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도 됐을걸’




편의점 계산대에서


동네 산책로에서 러닝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갈증이 나서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이온 음료를 한 개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주인이 없습니다. “사장님, 계산할게요!”라고 바로 외칩니다. 그래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외칩니다. “사장님, 계산 좀 할게요” 그때 창고 안에서 음료 상자를 들고나오는 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손님 잠시만요” 저는 너무 민망하고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이때 드는 생각입니다.


‘1초만 기다려 볼걸’



    

식당에 갔다가


삼겹살을 먹으러 왔습니다. 오랜 친구 두 명과 함께 셋이 함께 소주 한 병씩은 마셨습니다. 친구에게 빈 잔을 채우다 술이 떨어졌습니다. 호출 벨을 눌렀습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바라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때 멀리서 ‘띵동’, ‘띵동’, ‘띵동’ 울립니다. 제 손이 계속 호출 벨을 누르고 있습니다. 이때 드는 생각입니다.


‘1초만 기다려 볼걸’




 저는 이런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실제 제가 경험했던 일들입니다. 그렇게 단 1초 때문에 많은 시간을 감정 소모에 써 왔습니다. 그렇게 1초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단순한 1초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쓴 1초가 누군가에게는 배려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1초 덕분에 남을 행복하게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데 그렇게 살지 못했던 겁니다.



이제 그 '1초' 를 기다려 주려 합니다. 제게 행복으로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