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들이 모인 웨스트햄의 무서운 기세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런던의 두 팀이 마주쳤다. 가파른 상승세의 웨스트햄과 하락세의 토트넘이다. 홈에서 토트넘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웨스트햄은 공격수 안토니오가 복귀하며 언론의 예상과는 다르게 4백으로 나섰다. 전반전 초반부터 활발한 압박을 통해 중원에서부터 공을 탈취하며 효과적인 역습을 노렸다. 31%의 낮은 점유율, 4대 20의 압도적인 슈팅 개수 차이에도 불구하고 2-1 승리를 거뒀다.
웨스트햄은 4개의 슈팅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며 2득점에 성공했다. 오늘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며 같은 수의 경기를 치른 리버풀과 첼시를 모두 제치고 리그 4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챔피언스리그 티켓 싸움에 참여하게 되었다. 웨스트햄의 엄청난 상승세와 기세가 축구 팬들의 주목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좌절을 딛고 부활에 성공한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햄의 수장,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다. 에버튼에서의 구단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알렉스 퍼거슨의 후임으로 맨유 사령탑이 된 모예스였지만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 획득이 좌절되자 곧장 경질되었다. 이때부터 하락세가 시작된다. 이후 레알 소시에다드로 팀을 옮겨 보지만 해외 리그 적응에 실패한 모습을 보였고, 다음 팀인 선더랜드에서는 열악한 재정 상태 등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며 내리 경질당한다.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던 모예스는 2017년 11월 슬라벤 빌리치 감독의 후임으로 웨스트햄의 지휘봉을 잡는다.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로 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라커룸 장악에 실패하며 2018년 5월 연장 계약 없이 팀을 떠난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2019년 12월 28일, 본인의 후임인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자 다음 날인 29일, 또다시 웨스트햄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리그를 15위로 마치며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 시즌,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과 함께 구단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팬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 우카시 파비안스키는 아스날 시절 선발 출전 때마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슬아슬한 2번 골키퍼’로 짙은 인상을 남긴 파비안스키는 2014년 5월, 자유계약으로 스완지시티에 입단한다. 스완지시티에서 높은 선방률을 보여주며 2014-2015시즌 스완지시티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에 등극하는 등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줬다. 2017-2018시즌 팀이 강등당하며 우여곡절 끝에 2018년 6월 웨스트햄에 입단하게 된다. 안정적이고 훌륭한 폼을 보이며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중이다.
축구 외적인 모습으로 팬들에게 늘 화제가 되었던 제시 린가드는 솔샤르 감독이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뒤로 통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2020-2021시즌이 시작되고서부터 계속되는 명단 제외에 겨울 이적시장, 웨스트햄으로 임대 이적을 떠나온다.
종종 교체 출전했지만 1년 가까이 제대로 뛴 경기도 거의 없고, 나온 경기에서의 경기력도 시원치 않아 다들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선수 등록 직후 22라운드 아스톤 빌라전 선발 출전했다. 데뷔전 멀티 골을 기록했다. 24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는 페널티킥을 획득해 내는 등 위협적인 장면을 자주 만들었다. 오늘 경기인 25라운드 토트넘전에서는 포르날스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시원한 왼발 슈팅으로 리그 3호 골을 터뜨리며 본인의 건재한 폼을 과시했다. VAR 체크 이후 득점을 인정받고 팀원들과 함께 세레모니 하는 모습을 통해 팀에 빠르게 녹아든 듯 보였다.
토마스 수첵, 데클란 라이스로 구성된 든든한 중원을 바탕으로 어느덧 챔피언스리그 티켓 경쟁에 뛰어든 ‘공포의 외인구단’ 웨스트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웨스트햄은 이후 리그에서 맨시티, 리즈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울버햄튼, 레스터 시티를 차례로 만나며 지독하리만치 어려운 3, 4월 일정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무서운 기세를 이어갈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힘이 빠지며 중위권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제시 린가드 인스타그램
자료=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