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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영 wave Sep 05. 2022

선택과 집중

본질로 돌아가서 생각하기

우연한 만남...


2022년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과정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후속교육에서 우연히 과학저널리스트 심화과정 교육생인 그녀를 만났습니다. 창작 현장 견학을 마치고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한 시간 남짓 수다를 떨었습니다. 서로의 콘텐츠와 대중적 글쓰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서로의 멘토링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그녀는 지구과학을 전공하고 빙하를 통해 지구의 기후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현직 과학자입니다. 극지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오마이뉴스에 칼럼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합니다. '30대 여성 과학자'라는 콘셉트로 이미 출판 계약을 한 분입니다. 얼핏 들어도 스펙은 대단합니다. 우리나라 5천만 명 인구 중 빙하 연구 과학자는 10명도 안 되고 여성과학자는 단 두 명뿐이니까요.

빙하로 떠나는 시간여행은 몸으로 떠나는 과학여행만큼이나 신나고 흥미로웠습니다.


일곱 번째 멘토링...


하루는 빙하를 연구한 그녀와 나의 멘토이신 국장님을 만났습니다. 교육과정 최종산물을 제출하기 전에 국장님의 친절한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저널리스트 교육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곱 번째 멘토링을 받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들을수록 기발한 발상에 늘 놀랍니다. 배경지식과 경험, 연륜은 말씀 곳곳에 묻어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제목, 흥미로운 글감이 여기저기서 등장합니다. "하나의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역으로 뒤집어보면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기존의 보편적인 것들에 나만의 특수성을 더하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대중적 글쓰기에 전문성을 강조하면 안 돼요. 왠 줄 아세요? 아무도 안 궁금해해요."
"그리고 솔직히 빙하를 연구한 박사가 한 말에 관심이 있을까요? 수많은 수영 강사 중에 한 사람이 한 말에 관심이 있을까요?

오늘은 지구과학과 건강에 대한 글감으로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말씀 중에 멘토님의 조언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내용은 대중적 글쓰기, "어려운 과학이론보다 대중이 관심 있는 것에서 찾아야 합니다"로 시작하였습니다. 이야기 말미에 사회적 지위와 글에 대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물론 말씀의 의도는 대중적인 글을 쓸 때는 내 생각에 메몰 되어서는 안 되고 대중에게 먹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경험치가 묻어난 글을 쓰기도 전에, 읽히기도 전에 사회적 지위나 학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대중은 작가에게 갖는 기대치가 있을 수 있고 글을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써 독자들과 신뢰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럼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나... 말하고 싶지 않은 글은 쓰고 싶지 않은데...


가치를 증명하는 삶...


제겐 마음 깊은 곳에 박사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깟 박사, 해야겠다' 하다가도 '굳이 시간도 없는데 형식적인 감투를 써야 하나?  시간에 책을 한자라도  읽자.'하고 돌아섭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야의 지식을 채우고 글을 쓰는데 박사는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나만의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면 지금이 아니어도 언제든 학위는   있는데  그렇게 박사가 되고 싶을까요? 조바심과 욕심입니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 것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본질의 답을 위해서는 ‘어떤 글을 써야 하나?’에서 ‘무엇을 써야하나?’라는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독자가 알고 싶고 읽고 싶은 , 다수에게 이로운 글로 성실하게 다가가는 것이 지금의 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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