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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영 wave Dec 30. 2022

수영, 처음 만나다.

첫인상은 차갑다! 

상기된 얼굴들,

쭈뼛쭈뼛 수영장 안으로 들어오는 발걸음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딱 봐도 기초반이다.

수영장이라는 생소한 환경에서 걱정 반, 호기심 반 여러 가지 심경이 뒤죽박죽 뒤엉킨 표정이다. 아마도 수영을 배울까? 말까? 몇 번이고 되묻고는 큰 결심을 했을 것이다.


사실,

어른이 돼서 수영을 배우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몸을 겨우 가릴 정도의 수영복을 입어야 하고 메이크업을 다 지운 생얼로 찬물에 들어가 좁은 레인에 다닥다닥 붙어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처럼 강사님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쓰나미처럼,

수영을 처음 배우는 날엔 찬 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더 짜릿하고 두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내 몸은 돌덩이 같은데 물 위에 뜨는 것부터 시작이다. 내 몸통만 한 킥판을 지푸라기 잡듯 의지한다. 발을 아무리 바둥거려도 몸은 제자리다. 더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몸은 가라앉고 호흡곤란까지 오는 것 같다. 100m 달리기 전력질주한 만큼 죽을 지경인데 일어나 보니 5m 정도 왔나 보다. 레인 벽면까지 20m 남았다. 숨이 턱까지 찬 것도 모자라 코, 입, 물안경 속까지 물이 한 바가지다.


얼굴을 물에 담그고 시선을 바닥을 향해 엎드려 몸을 일자로 띄우는 자세는 고도의 균형감각과 코어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균형을 잃으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노력할수록 벨런스는 깨지고 몸은 기울어진다. 그 와중에 다리를 교차하며 발등으로 물을 누르라니 1m 거리도 길고 힘겹다. 무엇보다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숨이 턱까지 차서 당장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지만 수영장엔 아무리 잡아도 잡히지 않는 물과 내 몸통만 한 파란 킥판뿐이다. 숨 좀 쉬려고 일어나려 하니 좀 전까지 가라앉기만 하던 다리가 이번엔 물 위로 둥둥 떠서 도통 설 수가 없다. 숨이라도 쉬어야겠는데 고개도 바로 들리지 않는다. 발차기할 때는 한없이 가라앉던 다리가 일어나려니 또 뜨려고 한다. 물 안에서 내 몸은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반대로 움직인다. 숨은 차고 물은 먹고 몸은 말을 안 듣고 미칠 노릇이다. 첫날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물과 사투를 벌인다. 이걸 계속 배워야 하나?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물을 한 바가지나 먹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여하튼 오늘은 첫날이니까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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