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ley May 28. 2023

걸그룹 Good & Bad

2023. 3. 29. 작성

1년 전, 느슨해진 걸그룹 케이팝 시장에 기강을 강하게 잡아낸 곡이 두 곡 있다. 바로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과 아이들의 <TOMBO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Feel my rhythm>과 <TOMBOY>는 팝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내어 곡에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룹의 색깔을 새롭게 정의하고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모두 이끌어냈던 곡들이다.

그런데 이 두 곡의 대척점에서 유사하지만 아쉬움을 남긴 곡들이 있어 함께 비교해보고자 한다. 1년 전부터 마음 속으로만 호불호를 간직하고 있었을 뿐, 괜히 좋지 않은 반응으로 이목을 끄는 것을 원치 않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던 소재이기도 하다. 이 글의 모든 의견은 개인적인 감상으로 아쉬움이 남아 작성하는 글이라는 것을 당부하며 시작해본다.



클래식 샘플링 GOOD

레드벨벳 <Feel My Rhythm> (2022. 03. 21. 발매)

레드벨벳의 미니 앨범 <The ReVe Festival 2022>의 타이틀곡인 <Feel My Rhythm>은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믹스팝으로 케이팝이 예술의 총체적 성질을 쟁취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음악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모든 분야의 클래식 예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레드벨벳이 G 선상의 아리아를 차용한 방식은 원곡의 현악기 멜로디 위에 멤버들의 목소리를 레이어링 하는 형식으로 박자와 멜로디가 G 선상의 아리아에서 파생되어 곡이 다양하게 변주하며 진행된다. 덕분에 중간중간 곡의 장르적 특성이 변하거나 리듬이 바뀌어도 어색함이 없고 부드럽게 하나의 완전한 곡으로 연결지어져 흘러간다. 도입부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고 곧장 멜로디가 드롭되는 곡의 진행이 흥미를 이끌며 G 선상의 아리아가 전하는 고혹적인 멜로디가 레드벨벳에게 우아함을 더하였다.

곡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보는 듯한 유화 효과(거기에 오마주까지)를 더한 뮤직비디오에 대중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눈과 귀로 느끼며 이미 알던 것의 변용으로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미니 앨범 발매 전 있었던 멤버 아이린의 불미스러운 논란 이후 발표되어 그룹으로서는 위험 요소가 큰 상황에서 <Feel My Rhythm>은 레드벨벳에게 다시 한 번 전환점이 되며 레드벨벳의 위상을 유지하도록 도왔다.



클래식 샘플링 BAD

블랙핑크 <Shut Down> (2022. 09. 16. 발매)

블랙핑크의 두 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 곡 <Shut Down>은 연주자들에게도 악명이 높은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적극적으로 샘플링한 곡이다. 곡 전체가 라 캄파넬라의 마디가 반복되고 그 위에 <Shut Down>의 멜로디가 레이어링 되어있다. 여기서 곡의 패착 원인이 나타난다. 소속사에서는 라 캄파넬라의 어둡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배가하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라 캄파넬라의 현악기 사운드와 Shut Down의 힙합 비트가 묘하게 부조화를 이루어 곡의 조화를 방해하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혹시 불협화음을 의도했나..?) 라 캄파넬라의 멜로디를 베이스로 삼기엔 라 캄파넬라의 현악기는 비교적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이 때문에 곡에서 홀로 튀면서 청자에게 기묘하게 긁는 소음과 같은 이미지를 생성시킨다.

이동 기기가 발전하면서 음향 역시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항로가 비틀렸다. 대다수의 대중은 값 비싸고 좋은 음향 기기 대신 간편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주로 사용하고, 음향 기기에서 재생되는 음악 대신 스마트폰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간편히 즐긴다. 일반적으로 베이스에 낮게 울리는 비트는 곡에 잘 담기지 않아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 아니라면 찾아듣게 되지 않는데, 이 곡에서 이 단점이 드러난다. 이어폰으로 들을 경우,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는 현악기의 얇은 소리는 부각되지만 Shut Down의 비트를 받치는 베이스 비트는 철저히 묻혀버리고 만다.

다만, 반복되는 라 캄파넬라 위에 빠르고 정확하게 내리꽂히는 제니와 리사의 래핑은 발군으로 이들의 실력을 다시 한 번 귀에 단단히 담아둘 수 있어 그 점은 좋다.




록 사운드(팝펑크) GOOD

아이들 <TOMBOY> (2022. 03. 14. 발매)

Y2K 열풍과 함께 찾아온 그 시절 락 사운드, 팝펑크. 미국의 팝 시장에서 에이브릴 라빈의 귀환과 함께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 때, 케이팝에도 마침내 아이들의 <TOMBOY>로 팝펑크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강렬한 일렉 기타 사운드로 재현한 댄스 멜로디가 전자음에 지친 대중들에게 오리지널 사운드의 향수를 자극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레드벨벳의 경우와 같이 아이들 역시, <TOMBOY>가 수록된 'I Never Die' 앨범 발매 직전 일어난 불미스러운 논란과 연이은 탈퇴로 팀에 잡음이 생기면서 위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그래서 'I Never Die'의 컴백은 그룹의 흥망 앞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아닌게 아니라 타이틀 곡인 <TOMBOY>를 위시로 'I Never Die'의 앨범은 전체적으로 단단히 이를 갈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앨범을 통해 아이들은 불미스러운 논란을 일으킨 전 멤버를 철저히 제거하고 5명의 멤버로서도 그룹이 건재함을 보여준다.

<TOMBOY>는 팝펑크라는 트렌드에 입각한 곡이면서도 아이들이라는 그룹의 색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101마리 달마시안의 빌런 캐릭터 '크루엘라'로부터 출발한 톰보이라는 키워드를 앨범 전체에 관통시키면서 악동 이미지를 팀에 부여하며 기존의 걸그룹들과는 차별화된 캐릭터와 포지션을 획득하였다. 악동 이미지 안에 여성으로서의 주체성이 심어지면서 여성 팬들에게 더더욱 열렬한 지지를 받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이들은 앨범 구성에서부터 뮤직비디오까지 하나의 키워드를 강력하게 이끌고 나가는 힘이 있다. 그룹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힘차게 재기에 성공하겠다는 야심이 단단히 드러난 'I Never Die'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서의 <TOMBOY>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곡이다.



록 사운드(하드락) BAD

빌리 <RING ma Bell (what a wonderful world)> (2022. 08. 31. 발매)

멤버 츠키의 다양한 표정 연기가 일품으로 주목 받았던 <GingaMingayo> 이후에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 곡 <RING ma Bell>.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팀을 잘 설명해주었던 데뷔곡 <RING X RING>과 짝을 이루는 곡이다. 이 앨범에서 빌리가 채택한 사운드는 거친 기타 리프가 특징으로 내세운 하드 록 장르이다.

빌리가 멤버 츠키의 직캠으로 눈길을 모아 그룹으로서도 힘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이전 앨범들에서 빌리의 음악들이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새로운 장르적 세계관을 설명하기에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RING X RING>은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매니아를 끌어모을 만한 특색이 있는 곡이었다. 미스터리 추리라는 장르적 특성과도 잘 어울렸고, 걸그룹 시장에서도 빌리만의 캐릭터를 잡기에도 좋았다.

그런데 하드 록 장르의 <RING ma Bell>은 멤버의 색깔을 더 알아볼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룹의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장르적 색깔마저 흐렸다. 이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하게 했다.

내가 이 곡이 특히 별로라고 느꼈던 데에는 두 가지의 큰 이유가 작용했다. 첫 번째로는 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거친 일렉 기타 연주이다. 하드 록이라는 장르를 선택했으니 거친 기타 리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기타 사운드가 멤버들보다 더 앞에 나와있어 멤버들의 보컬이 모두 묻히고 마는 사태가 일어난다. 곡 정보에서 소개하는 '해방감'보다는 정신 산만하고 시끄럽다는 감상이 우선하는 것도 곡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다음의 두 번째로는 우리가 그동안 빌리의 음악을 통해 기대해온 곡과 거리감이 있는 사운드라는 점이었다. 걸그룹이 반드시 어떤 장르를 해야만 한다는 규칙도 없고 빌리에게 장르적 한계를 정해놓은 것도 아니지만, 트렌드에 따라 밴드 사운드를 중점으로 곡을 구성하고자 했다면 하드 록 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록 사운드를 빌렸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말해놓고 고민해봤는데 그랬으면 또 너무 힘이 약했을까? 싶기도.)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곡이었다.



모아놓고 보니 발매 시기가 가까운 것이 신기하다. 또 BAD라고 해놓고도 글을 작성하며 듣다보니 좋기도 해서 감상은 그때그때 변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귀가 익숙해지면 또 처음 느꼈던 좋지 않았던 점은 덮이기도 하는 구나 싶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ATBO, <The Beginning: 開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