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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Sep 07. 2023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 방식

지난 6월 발매된 스트레이 키즈의 <특>. 포인트 안무와 함께 ‘특’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스트레이 키즈만의 포부와 자신감을 드러내는 곡이었다. 90년대 스타일을 다양하게 재해석해 버무려 놓은 점이 또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기도 한다.


<특>까지 이르러서 돌이켜보는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 방식이 눈에 띄었다. 곡의 구성에서도 스트레이 키즈가 성장해온 공식이 잘 나타나지만, 이들이 해온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격적인데 있었다. 지난 2020년 발매된 <神메뉴>에서도 보았듯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은 B급 성격이 강하다. 케이팝 자체가 이미 서브 컬쳐의 하위 장르로 존재하므로 대체로 장르적 성격을 갖추고 있지만, 스트레이 키즈가 표현하는 B급의 정서는 여타 케이팝 아이돌과는 다른 결로 움직인다. 음악의 완성도라기 보다 서브 컬쳐에서의 감성을 충실히 재현해내는 것을 의미하며, 이 성격적 특징은 본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 안에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개성으로 발현된다. 음악을 기술로서 설명하기에는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이 빈틈들을 상쇄시키는 이들의 기획력과 퍼포먼스가 무대 위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스트레이 키즈만의 이런 독특한 감성을 이루는데에는 역시 주축이 되는 프로듀싱 멤버 ‘스리라차(방찬, 창빈, 한)’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스트레이 키즈가 케이팝 팬덤 내에서 인지도를 확보하고 나서야 더 알려졌지만, 이미 <MIROH>나 <부작용>, <Double Knot>에서부터 이들의 서브 컬쳐 비주류 성격은 꾸준하게 쌓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창기 스트레이 키즈는 <메이즈러너>와 같은 데스 게임 류의 액션 스릴러적 요소의 차용이 짙다.) ‘B급’이라는 단어에는 완성되지 못하다는 느낌이 곁들여 있지만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감각하는 것 이상으로 B급은 사실상 비주류 친화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케이팝은 자기들만이 구축해온 뚜렷한 세계관이 있고, 그들끼리 공유하는 정서적 유대감이 있다. 그래서 케이팝은 여전히 서브 컬쳐인 것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다. 스트레이 키즈가 가진 이 B급 친화 정서는 오타쿠라 불리는 서브 컬쳐 팬덤에게 특화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기반이 현실적이지 않고 가상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이상 체계와 함께 돌아가고 있으며, 현실에 발 붙이고 있을 때조차 스스로의 이상을 좇아 비주류로서 구분된 삶을 살아간다.

<MANIAC> MV https://youtu.be/OvioeS1ZZ7o


엑소의 등장 이후로 케이팝에는 ‘세계관’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을 수 없는 키워드로 등극해 각자가 추구하는 컨셉트의 방향과 캐릭터가 뚜렷해졌다. 누가 더 깊고 판타지적인 컨셉트를 구축하고 연기하느냐가 관건이 되었을 정도로 만연했다. 하지만 너도 나도 세워대는 세계관이 이제는 피로도를 높였고, 요즈음에는 다시 ‘세계관이 없는 것이 세계관’이 유행하게 됐다. 굳이 세계관을 펼치지 않아도 충분히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트레이 키즈에도 어떤 컨셉트적인 세계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번 자기들이 세운 세계를 전제하고 이야기를 노래한다. (<소리꾼>, <神메뉴>) 차라리 스트레이 키즈는 은유적이다. 직접적으로 캐릭터를 씌우고 연기하기 보다는 멤버들이 가상의 전제된 세계 안에서 기꺼이 들어가 작동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Venom> MV https://youtu.be/pM-jOfy_1jM

<Venom+MANIAC> 2022 MAMA 무대 https://youtu.be/0QKhAdN-keY

<Wolfgang> NOEASY 컴백쇼 무대 https://youtu.be/8R-tYJPDCxI

특히 이들 은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Venom>과 <Wolfgang>이 있다.


스트레이 키즈의 안무 역시 한국어에 중점을 두고 직관적으로 표현해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시장의 확장으로 해외 유수의 스태프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아진 상황에서 한국어 가사에 집중하고 직관적인 안무를 보여주는 스트레이 키즈의 무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무와 가사가 일치하면서 전해지는 짜릿한 전율을 경험하게 한다. 케이팝은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는 음악으로까지 감각의 범위를 넓히는 체험적 음악이기 때문이다. 비 한국어 사용자가 데모 음원을 듣고 창작하는 안무에는 노래 가사가 다 실리지 않는다. 가삿말과 멜로디가 하나가 되어 완성된 곡이 안무에는 절반만 반영되는 셈이다. 아직 한국을 중심으로 흐름이 형성되는 케이팝 시장에서 절반의 노래를 경험해야 하는 팬덤은 온전히 흡수되기 어렵다. 그러나 스트레이 키즈의 안무 디테일에는 언제나 한국어 가사가 온전히 다 녹아들어있어 무대에서 케이팝 팬덤에게 쾌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다시 6월에 발매된 <특>으로 돌아오면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특>은 y2k열풍과 함께 꾸준히 유행 중인 90년대 감성의 재해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제1복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튜디오 춤에서 촬영한 퍼포먼스 비디오에서 입고 나온 수트 의상은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의 깔끔하게 떨어지는 핏이 현대적 감각을 보여주면서도 어느 순간 문득문득 god를 떠올리게 한다. 아, JYP가 의상을 진짜 예쁘게 뽑는 회사로 유명했지, 하며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당시에는 흔치 않게 사복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캐주얼을 바리에이션 했고, 같은 정복을 입히더라도 멤버들마다 강조를 다르게 둠으로써 모든 멤버들을 통일된 복장으로 오르던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던 JYP의 스타일링이 다시 스트레이 키즈에서 재현된 것이다.

<특(S-Class)> 스튜디오 춤 https://youtu.be/Qg1Ff9UVttM

<특(S-Class)> MV https://youtu.be/JsOOis4bBFg

올드스쿨 비트는 이전부터 꾸준히 쓰여왔지만, 비트가 곡 허리부분에 삽입되면서 곡의 흐름과는 별도로 튀는 곡들이 더러 있었다. 중간에 비트가 드랍되면서 간혹 일어나는 일인데, <특>에서는 그 튀는 현상이 비교적 덜하다. 훅 뒤로 페이드아웃과 함께 등장한 비트 위에 창빈의 랩이 얹어지면서 색이 약화되고 뒤이은 한의 랩 파트에서 다시 멜로디가 돌아와 곡을 매끄럽게 이어간다.


내가 이 곡에서 더 눈여겨 봤던 점이 바로 후반부에 훅 뒤에서 래퍼 4명이 연이어 주고받는 랩 파트다. 현대의 펀치라인, 라임, 플로우 등을 기술적으로 습득한 후 구사하는 랩보다는 비트에 맞춰 강하고 빠르게 읊조림을 주고 받는 형식이 90년대 아이돌 그룹에서 흔하게 보아왔던 방식이어서 앞선 올드스쿨 비트나 의상에서 전해지는 과거의 기억들이 합쳐져 90년대 무드를 자연스럽게 현대로 가져와 새로 조합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한 포맷이 성공을 거머쥐면 그 뒤에는 반드시 반복적인 답습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들의 흥미로운 지점은 포맷에 변화를 주지 않았으면서도 매번 그 반복을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공식이 내재하지만 소비자에게는 들키지 않아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앞으로 어떤 곡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스트레이 키즈에 매번 기대를 하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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