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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May 27. 2023

MIC Drop : Cypher의 진화

2017. 11. 26. 작성


드디어 스티브 아오키와 콜라보 작업했던 MIC Drop Remix 버전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더불어 스티브 아오키, Desiigner와 함께 작업했던 음원도 발매되었다.


MIC Drop은 이번 럽유얼셀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무대다. 처음 음원이 공개되고 노래를 들었을 때 아 이 곡이 이번 앨범의 싸이퍼구나 했는데, 컴백쇼에서 무대를 본 뒤에는 마이크 드랍을 보느라 하루만에 5기가가 넘는 데이터를 사용했을 정도로 곡에 더욱 열광하게 됐다.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이 곡이 방탄소년단에게, 나아가 팬들에게 왜 더 중요한 곡이 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1. MIC Drop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곡은 방탄소년단을 징그럽게도 욕해오던 안티들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괴로웠던 시간을 함께 버티고 곁에서 그들을 끝까지 지지해준 팬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들은 절대 모르겠지만, 방탄소년단은 그냥 점차적으로 팬덤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의별 트집을 잡혀 온갖 이유들로 욕을 먹고 거세게 비난 당했다. 당시 팬들은 속수무책으로 확산되는 루머에 일일이 해명하고 밀려드는 정치질을 막아보려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속앓이만 호되게 겪었다. 게다가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팬이라는 이름을 달고 자행되었던 잡음도 존재했다.

이 시간들이 나는 정말 괴로웠다. 아이돌을 좋아해본 적 없는 이들이 보면 우스워할 정도로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겪었고(아마 이 감정은 당시 팬덤에 있던 모든 팬들이 같았을 것이다), 그건 이미지 싸움이 관건이며 음악을 하고 있는 당사자 본인들이 가장 심했을 것이다.


이 모든 시간들이 압축해서 담겨있는 곡이 바로 <MIC Drop>이다. 탄생배경 자체는 '후광을 얻지 못했던 아이돌로서의 설움과 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지만, 아마 그건 준이가 방송에서 순화해 말한 것이거나 방시혁 피디가 돌려 말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 Hater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가 미국의 아이튠즈의 메인 송차트에서 1위를 하고, 전세계 66개국에서 아이튠즈 1위를 기록하는 기염까지. 세상에 이보다 통쾌한 마지막 인사가 어디 있을까.



2. Cypher 5

방탄소년단은 힙합 그룹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왔다. 거의 매 앨범마다 Cypher 트랙을 마련해 랩 라인으로 불리는 그룹내 래퍼 세 명(RM, 슈가, 제이홉)의 랩을 양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데뷔 앨범 'Cypher PART.1'에서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에서 랩을 적극적으로 맡고 있는 세 사람의 랩 스타일을 맛보기로써 보여주고 있다면, 이후 발매된 <Skool Luv Affair>의 'Cypher PT.2 : Triptych'에서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세 래퍼의 스타일과 서로 영향을 받으며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여준다.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정규앨범 1집 <DARK&WILD>의 'Cypher PT.3 : Killer'에서는 앞선 두 곡보다 래핑이 더욱 하드하고 코어해진다. 그렇게 점점 발전해가던 방탄소년단의 랩라인 세 명은 <WINGS> 앨범에 이르러 완성형의 완성형으로 'Cypher 4'를 내놓는다. 이렇게 Cypher라는 이름이 붙어 나온 곡들은 Cypher PART1을 제외하면 곡의 메시지가 일관되게 헤이러들을 향해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이야기했듯 방탄소년단은 돈도 빽도 없이 없는 살림에 이름 모를 중소기획사에서 데뷔한 그룹이었고, 특히나 랩몬스터로 데뷔하기 전 런치란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RM이나, 언더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슈가는 데뷔하기 위해 아이돌을 선택했다며 질타와 멸시를 받아내야 했다.


나는 그래서 MIC Drop을 <LoveYourself 承:Her> 앨범의 Cypher라고 생각했고, 기존의 Cypher들과는 달리 보컬라인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이 곡을 'Cypher의 진화'라 말하고 싶었다(다음 앨범에서 Cypher 5가 나올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온전히 랩 라인 세 사람의 작업이 이루고 있던 기존의 방식에서 나아가 보컬라인 역시 곡에 적극 개입해 랩만으로 채워지지 않은 부분들을 메우며 Cypher 화자의 확장성을 획득했다. MIC Drop의 가사를 들어보면 화자는 랩 라인 세 사람으로 한정지을 수 없고 화양연화 시리즈 이후로 자라오면서 겪은 고되고 지난했던 시간들은 방탄소년단과 그 팬덤 아미(A.R.M.Y)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빅히트는 정말 팬들을 잘 알고 있고, 그 어느 기획사보다 팬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팬들이 원하는 니즈와 그에 대한 대응도 매우 영리하다. 그만큼 아티스트를 최우선 하는 태도나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존중하는 태도도 매우 훌륭하다. 뮤직비디오는 한국어로 촬영되었지만, 공개된 음원은 영어버전이었다. 그럼에도 헤이러들에게 보내는 핵심 메시지인 ‘더 볼 일 없어 마지막 인사야 / 할 말도 없어 사과도 하지마’는 여전히 한국어다. 얼마나 영리한지.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방탄소년단을 공격하는 Hater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고, 이 메시지는 그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일본어 버전의 음원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어 버전은 애초부터 일본 시장을 타깃 삼아 공개되는 곡이니 굳이 이 메시지를 한국어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Remix 버전은 한국에서 발매되었던 MIC Drop을 새롭게 어레인지한 곡이니 원곡에서 타깃의 방향이 완전히 옮겨진 것은 아니다. 리믹스 버전이 공개되어도 그 타깃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한 포인트는 팬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열광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영어로 된 곡으로 그들의 성과를 더욱 강조하며 보내는 메시지라니. 더욱 짜릿해지는 경험이다.


며칠 뒤면 엘렌쇼가 방송된다. 드디어 MIC Drop의 무대가 전파를 타고 미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AMAs 이후 뜨거웠던 미국의 방탄소년단을 향한 반응이 어떻게 한 번 더 달궈질지 기대가 크다. 전에는 기대를 가지는 일이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기대를 크게 가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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