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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May 27. 2023

BTS와 Super M, 하이브와 SM

2022. 7. 6. 작성

6월 13일, 방탄소년단이 데뷔일을 기념하며 개최하는 페스타의 컨텐츠 중 하나로 멤버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방탄회식'에서 당분간 BTS로서의 단체 활동을 일시 정지하고 개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을 꺼낸 것이 화제가 됐다. 이 내용을 언급한 남준이의 방식과 아이돌 산업에 대한 이해도 등에 대해 풀고 싶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수업에서 여기서 나아가 하이브와 SM의 사업을 주제로 다뤘던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수업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내용을 간략히 발표하긴 했지만 그래도 부족함을 느껴서 글로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1. BTS와 하이브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하겠다고 공언한지도 한참이지만 하이브는 아직도 방탄소년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개의 메가히트 콘텐츠가 있는 경우 그 주체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바로 메가히트의 꼬리표를 어떻게 떼내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것인가이다. 하이브 역시 BTS의 그늘에서 벗어나 기업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따라주지는 않고 있다.


먼저 하이브의 기업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에 앞서 하이브를 일으킨 BTS의 팬덤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BTS의 팬덤은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일반 케이팝 팬덤과는 다른 양상을 취하고 있다. 일반 케이팝 팬덤이 SM을 주축으로 모든 아티스트를 두루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는 것에 비해 아미는 오로지 BTS 외의 케이팝 그룹에는 놀랍도록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이브가 BTS의 꼬리표를 떼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결국 BTS가 다른 케이팝 그룹과는 달리 회사의 영향보다는 아티스트가 절대적인 영향을 가지고 팬덤이 형성되어 회사의 네임밸류를 아티스트가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케이팝처럼 팬덤의 내리사랑을 요구하기에는 이 역시 아미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에 다름없기 때문에 하이브가 BTS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들의 팬덤 아미와의 이별에도 어느 정도 무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하이브의 적통성과 관련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하이브는 지금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과도기에 놓여있다. 아티스트보다 회사의 영향 아래 팬덤이 형성된 것처럼 보이는 SM도 처음부터 이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도 회사가 자리잡기 전 초창기에는 선배 아티스트의 팬들이 후배 아티스트를 격렬히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팬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며 대립하였지만 SM은 본인들의 사업적 혜안을 믿고 밀고 나가는 힘이 있었다. 이건 비단 SM이나 하이브에 그치지 않고 엔터 업계 전체에 통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엔터 업계에서 사실상 주요 실 소비층인 팬덤은 그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여타 산업에 비해 굉장히 특수하다. 팬덤은 자신이 자본을 지출하는 소비자라는 이유로 아티스트와 회사를 본인들의 입맛대로 휘두르려고 하는 소유욕을 발휘한다. 어느 산업에서도 본인이 소비자라고 해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생산자를 직접적으로 휘두르려는 소비자는 없는데,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결부된 소비자(팬덤)는 회사를 향해 삐뚤어진 의견을 정당한 대가로 오인하고 요구하기도 한다. 팬덤의 요구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면 결국 팬덤에 휘둘리고 사업을 하나 펼칠 때마다 제동이 걸리게 되므로 윤리적인 문제가 걸려있지 않은 이상 팬덤의 올바른 비판과 대안을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다시 돌아와 SM이 팬덤과의 대립을 이겨낸 방법은 꾸준히 좋은 컨텐츠를 내놓는 것이었다. 하이브는 BTS 이후 TXT라는 후배 그룹 1팀만이 컨텐츠를 키워가는 중이므로 아미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늦게 시작한 만큼 앞서 SM, JYP, YG가 겪어온 시행착오를 기꺼이 감수하는 패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미 상장한 회사이므로 주주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산업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하이브를 기업 정체성을 뚜렷하게 가진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정공법이 가장 정직하다.


BTS는 이미 케이팝 산업을 넘어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났으므로 하이브도 이 그룹을 열외로 두고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2. SM과 Super M

BTS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국내의 3대 기획사는 더욱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에 열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바심을 내는 회사가 있었으니 대한민국의 명실상부 케이팝 산업의 시초라고 할만한 SM이 바로 그랬다. SM을 비롯한 3대 기획사는 한국에서 어느 정도 내실을 다졌을 때 미국 시장에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고 발을 내디뎠다. 바로 이런 과거의 시도들 덕분에 현재의 BTS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 성과가 3대 기획사에서 나오지 않은 것은 이들에게 뼈아픈 결과였을 것이다. BTS가 미국시장에서 막 반응이 오기 시작하던 초기에 SM은 BTS와 나란히 적수를 이루던 EXO로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거기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후일 NCT로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결국 자사 보이그룹에서 가장 핵심 멤버들만을 모아 만든 Super M을 내기에 이르렀다. SM의 Super M은 미국 시장의 '기록'에만 목 매달아 나온 SM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상품인 셈이다.


왜, SM에서는 BTS가 나오지 않을까?


강사님이 이 질문을 하셨을 때 나는 바로 '초점'에 대해 생각했다. SM은 아티스트를 부품으로 인식한다. 하이브가 BTS를 품기에는 작은 그릇인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고, 부품으로 인식하고 싶어도 체급이 부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지경이라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긴 해도 하이브에서의 BTS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아티스트 그 자체이다. BTS 외에도 미국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블랙핑크도 마찬가지이다. BTS와 블랙핑크가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그 팬덤이 뚜렷하기 때문이고, 그들의 팬덤이 뚜렷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떤' 회사의 소속 가수가 아닌 BTS와 블랙핑크 각 개체로 자립하여 존재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에 반해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시도하는 SM은 회사의 색깔이 매우 짙다. H.O.T 때부터 이어져온 멤버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SM은 팬덤 구축의 방향을 아티스트가 아닌 회사로 잡았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팬덤은 각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 외에도 SM이라는 회사 자체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다. 내리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이고, 회사의 입장으로는 아티스트의 변동에 따른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굉장히 영리한 사업 방향이었으나 이것이 결국 기업이 궁극적으로 원하던 성과를 따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BTS가 미국 시장에 어떻게 입성했는가를 따라가보면 결국 본질은 아티스트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BTS를 미국 시장에 올려놓았던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국내 아미가 아닌 해외의 아미들이었다. 미국의 차트 진입 성적에는 라디오 스트리밍이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의 아미들은 BTS의 음악이 나올 수 있도록 라디오를 집중 공략하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회사가 할 수 없는 일이다. BTS는 멤버들의 합, 멤버들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회사, 미국 시장에서 보기 위해 그들의 시장을 옮겨온 아미 세 집단의 상호 이익이 맞물렸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Super M은 명백히 SM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기 위해 노리고 만든 그룹임이 보인다. 아티스트 자체에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움직이는 코어 파워가 약한 것이다. 사실 SM이 빌보드 차트에서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맛보려면 아티스트를 회사의 영향 아래 두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를 독립적으로 키워야만 할 것이다. 동방신기를 일본 시장에서 키워냈던 그때처럼. 그러나 지금 당장 눈 앞의 성적표를 쥐어야 하는 SM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기다려줄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랬으니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Super M이 나왔을 것.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면 SM은 계속해서 고민하는 데에만 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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