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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May 27. 2023

<방탄회식>을 통해 본 BTS의 넥스트레벨

2022. 7. 25. 작성


지난달, 방탄소년단이 데뷔일을 기념해 발표하는 자체 컨텐츠 중 하나 <방탄회식>에서 BTS가 당분간 단체 활동을 멈추고 개인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상을 보기 전에 기사를 먼저 접해서 적잖이 놀랐지만 영상을 보고나니 기자들이 얼마나 자극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는가 탄식이 새어나왔다.\


<방탄회식>을 보면 BTS는 더이상 아이돌이라는 범주에 묶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케이팝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기에 BTS는 그 자체로 독립적이다. 회사의 영향 아래 있지도 않고 케이팝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는 양산형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에 더해 그들은 케이팝 산업의 핵심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이 이 영상을 통해 확인되기까지 했다.

케이팝 팬덤을 이루는 핵심 구성요소 중에 하나는 '관계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멤버 간의 유대감과 화합 정도이다. 일약 케미로 불리는 이 관계성은 사실 케이팝 아이돌들이 어린 시절부터 좁은 공간에서 합숙하며 지내는 다소 아동 학대적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쌓이곤 한다. 3-40대가 되어서도 합숙하기를 내심 바라는 마음은 팬들로서도 머리론 이해하지만 가슴은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주제이다. 그런 마음을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사실 모든 멤버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합숙을 종료하고 자취를 시작하는건 아티스트 입장으로는 팬들에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는 주제이다. 물론 팬들과의 소통이 그들의 생활을 은연중에 모두 노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팬들은 그들이 숙소 생활을 청산했다는 사실쯤 금방 알아챌 것이었다. 괜히 말했다가 긁어부스럼만 만드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구태여 비장한 마음으로 팬들에게 이 뉴스를 전달한 것은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팬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을 근황에 가까운 이야기를 뉴스로 전달한 것은 팬들을 존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앞서서 자연스럽게 단체 생활을 종료했던 선배 가수들이 팬들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그말인즉슨 RM은 팬들이 자신들의 합숙 생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이므로 이렇게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전달한 것은 팬들이 지닌 일종의 환상 혹은 기믹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을 수 있게 손을 내미는 행위였던 셈이다.

이와 동시에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케이팝 산업의 문제점도 정확히 지적하고 있어 RM의 통찰력을 다시금 재확인 할 수 있다. 아이돌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자들이 더 이상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고백함으로써 BTS는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아티스트로 확실히 못 박았다. BTS 인베이전이라는 수식어가 걸맞는 고민이었다.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메시지, 주제 의식을 아티스트가 스스로 고민한다는 것은 케이팝 산업 구조와 성격을 달리 한다. 앞서 SM에서는 왜 BTS가 나올 수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일반적으로 그룹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은 아티스트 스스로보다는 회사에서 주로 담당한다. 그러나 그룹의 방향성을 그룹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모습은 상품이 자아를 획득한 현상이다. 그들이 주창하던 '진정성'에 해당하는 행보이다.

여러가지로 BTS가 걸어가는 발자취 하나하나가 케이팝 산업에 유의미한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하던 당시 방탄소년단이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정말로 케이팝 산업에 경종을 울리기도 하고 있어서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깨지고 넘어져가면서, 혹은 유미주의를 탐미하며 새로운 눈이 트이고 공유하고 싶은 주제를 들고 나와 단체 활동을 해준다면 그것 역시 기대할 만 하겠다. 개인팬으로서는 프로듀서 민윤기 혹은 래퍼 슈가로서의 개인 작업물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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