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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May 27. 2023

온앤오프의 자기소개서 <ONF: My Name>

2022. 2. 6. 작성

온앤오프의 첫 정규 앨범 <ONF: My Name>은 온앤오프가 데뷔 이래 천천히 커리어를 쌓으며 던진 출사표이다. 팬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명곡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던 온앤오프가 엠넷의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로드 투 킹덤>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후 발매한 이 앨범은 앨범명에서도 알 수 있듯 온앤오프의 자기 PR 작품이다. 타이틀곡인 ‘Beautiful Beautiful’을 필두로 멤버들의 장점을 드러내는 곡들이 차례로 나열되어 있다. 특히 비슷한 구조의 벌스 6개를 멤버들이 대사처럼 주고받으며 자기를 소개하는 내용의 ‘My name is’는 이 앨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로 보컬 유닛 On팀의 서정적인 발라드 곡 ‘온도차’와 퍼포먼스 유닛 Off팀의 EDM 곡 ‘비밀’이 이어지고, 피아노와 스트링의 심플한 세션 사용으로 보컬을 돋보이게 한 ‘I.T.I.L.U’ 등 팀의 장점이 한껏 펼쳐진다.


도입부에서부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내는 소리로 치환한 금관악기 사운드나 브릿지의 아카펠라는 타이틀 곡 ‘Beautiful Beautiful’의 성격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케이팝으로 예술 한번 해보고 싶었다'던 황현의 꿈이 제대로 실현되었다. 음원에서보다 라이브 무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임이 여실히 나타난다. 멤버들의 역량을 뽐내기에 적합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무대에서 증명된다. 코로나 블루에 멤버들의 목소리로 ‘삶의 모든 외침이 곧 예술’이라며 본질을 찾는 희망 찬가적인 이 곡에서 화자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된 디스토피아 세계에 주저 앉아 낙담하거나 비관을 탐하는 대신 ‘보란듯이 활짝 피어나’ 다시 딛고 일어나며 희망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에서 가장 큰 주제를 담당하는 ‘My name is’는 비슷한 구조의 벌스를 온팀과 오프팀 멤버들이 주고받는 형태로 구성한 독특한 곡이다.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단순한 마디를 멤버의 색깔에 맞게 변형을 주어 장점을 드러내는 형식이 이 곡의 가장 봄 직한 대목이다. 서로의 마디를 던지고 이어받던 멤버들이 한데 모여 합창을 하는 후렴구는 마치 커튼콜을 연상케 한다. 아이돌 시장에서 본인들의 셀링 포인트를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곡이 아닐 수 없다. 이 뒤를 차례로 잇는 On팀과 Off팀의 유닛곡은 ‘My name is’에서 간략히 보여준 자기 PR의 성격을 더욱 확장한다. 피아노, 스트링만으로 이루어진 ‘I.T.I.L.U’은 앞서 유닛 곡에서 해소되지 않은 보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이미 케이팝에서 숱하게 들어온 방식이 한편으로는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 앨범 ‘신세계’와 대칭을 이루는 신스팝 곡 ‘The Realist’는 사이버펑크의 어둡고 축축한 이미지에 안개 낀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방하고 있어 ‘어둠 너머에 빛이 있’다고 믿는 ‘꿈속에서 현실을 움켜잡는’ 이상을 좇는 현실주의자적 가사의 내용과 사운드가 정합을 이룬 좋은 예이다. 간주라는 뜻의 ‘Interlude’를 부제로 달고 있는 ‘On-You’는 앨범의 허리에 위치하면서 부제를 직관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 팬들과 대면할 수 없는 마음을 ‘곁에 없어도 네가 느껴’지고, ‘카메라 너머 너의 향기’를 맡는다고 말하면서 팬들의 온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팬들과 멤버 당사자들 모두를 달래는 방식이 꽤 깜찍하다.


온앤오프를 이야기할 때 작곡가팀 모노트리의 수장 황현 작곡가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상 현재 온앤오프가 가진 팀 색깔을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앨범은 클래식을 전공했던 황현 작곡가의 특색이 정점을 이루었다. 작가 스스로도 ‘모든 악기 중에 가장 훌륭한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이고, 이것을 활용하고 싶었다’고 말한 만큼 다양한 세션의 활용 대신 멤버들의 목소리가 주 악기로 사용된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멤버들의 앨범 참여도가 높아져 예술의 본질을 사람에게서 찾는 탐구적 성찰에 더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미지의 제고와 제품의 홍보를 꾀하는 활동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PR의 본질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앨범이다.



- 엔준모 엔터잡에듀 '음악으로 글쓰기(부트캠프 1기)' 수업에서 최종으로 제출했던 과제인 음반 리뷰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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