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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Feb 07. 2021

독서가 주는 즐거움

산책 못지않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책을 읽는 시간이다. 오래전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인 직장을 다녔을 때, 나의 소소한 기쁨은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여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면 2시간도 금방이었다. 


나는 독서도 산책과 같은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데, 외부의 소음과 자극에서 벗어나 온전히 책 안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고등학교 국어 점수는 좋지 못했다. 이미 정해진 작가의 의도와 주제를 달달 외워 답을 해야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내게 독서의 매력은 글 안에서 자유롭게 내 생각을 넓혀 나가는 데 있었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였다. 영문학도 마찬가지로 영미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읽으며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주제를 아는 것이 중요했지만, 내가 더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작가의 인생과 그 사람이 살았던 역사적 배경을 배우는 것이었다. 모든 작품에는 작가의 삶의 조각들이 녹아져 있었고 그 조각들을 작품 안에서 찾아갈 때의 기쁨이 있었다. 


같은 과 후배였던 내 남편도 독서를 좋아했다. 그래서 내게 처음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같이 간 곳도 독서세미나였다. 그 세미나를 계기로 "나비"라는 독서 모임을 알게 되었고, 매주 주말 아침 데이트 코스로 독서 모임을 함께 나갔다. 


 



2주에 1권씩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기본 목표로 했고, 자유도서와 지정도서를 번갈아 가며 읽고 매주 나누었다. 각자 일주일 동안 책에서 본 것과 느끼고 깨달은 것 그리고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데 같은 책을 읽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의 안경을 쓰고 책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느끼는 것도 다 다르고 거기서 얻는 결론들도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독서는 "타인의 삶을 체험해 보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나를 찾는 여행"이기도 하다. 또 내가 삶을 살아내면서 했던 많은 질문과 물음에 가장 현명한 답을 주었던 것은 언제나 책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했던 대학 졸업반 시절, 모든 게 서툴렀던 사회 초년생 시절 심지어 연애를 할 때도 내가 가장 의지 했던 것은 책이었다. 책을 통해 얻어진 지식들은 주변인들의 '소음'보다 내 안의 '신호'에 집중하게 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게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내가 선택했기에 내가 책임질 수 있었다. 


누구나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책이라는 것은 결국 "나를 발견하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같이 모여 책을 읽고 나누던 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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