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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 Aug 20. 2023

나는 드디어 고비사막에 온 것이다.

나는 지금 몽골에 있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고비 사막을 가는

날이다.


오늘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차 3대가 엎치락뒤치락 드넓은 사막초원을 내달리고 있고, 이 모습은 흡사 매드맥스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고비 사막에 다가갈수록 길은 말고 안되게 험해지고 내가 차를 타는 건지 디스코팡팡을 타는 건지

모를 정도의 길을 만나니 내가 고비사막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났다.


앞에선 기사님의 팔이 쉴세 없이 돌아가고

어깨에는 한껏 힘이 들어가 있다.


하.. 오프로드 운전..

몽골 사람들은 참 운전도 호방하다.

쉴 새 없이 차 밑이 긁히고, 모래자갈이 차를 때려 받아도 흔들림이 없다. 차의 흔들림과 진동을 몸으로 느끼며 차는 계속 나아갔다.


광고에 보면 온몸을 이용해서 핸들을 돌리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곳 몽골에서는 하루에 8시간씩 이런 장면을 직관할 수 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길과, 어디가 어딘지도 모를 끝도 없는 벌판에 질려 기사님께 괜찮냐고 물어보니..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하셨다. 기사님을 보며 역시 전문가, 일류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으로 땅이 점점 메말라가는 게 보인다.


그나마 척박한 땅을 덮고 있던 낮은 풀들마저 점점 사라지고 모래와 자갈만 무성한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차창을 닫았음에도 코가 마르고,

한껏 건조한 공기가 느껴진다.

물을 마셔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차가 좀 안정되었다 싶을 때쯤

창밖을 보니 그 수많은 자갈들이 사라지고 어느새 흩날리는 모래 위를 희뿌연 먼지를 꼬리처럼 달고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모래더미들이 보인다.



나는 드디어 고비사막에 온 것이다…

왔다.. 고비사막에..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차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내 발로 걸어야 한다.

오후 7시.. 좀 있으면 해질 시간이다.

해가 지기 전에 모래언덕에 올라야 한다.


좀 걷다 보니 신발이 거추장스러웠다.

신발을 벗었다.

신발을 벗으니 그늘져 서늘하면서 건조한 그러면서 한없이 부드러운 모래가 발 전체에서 느껴진다.


한 발 한 발 낸딛을때마다 발목까지 흙이 푹푹 잠긴다.

평지에서 걸을 때와 비교할 수도 없이 힘들다.


그래도 꼭대기를 바라보며 오른다.

오를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결국 마지막엔 두 손, 두발

다 써서 기어서 올라간다. 힘들어서 열 걸음 걷고 쉬고, 열 걸음 걷고 쉬고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왠지 꼭 올라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올라 결국 나는 고비사막 꼭대기에 다다랐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고, 하늘은 붉고 어두워졌다.


내가 올라온 길을 바라본다. 내가 모래 위로 남긴 내 발자국들도 한 번 보고, 뒤돌아 아직 걷지 않은 모래들도 본다. 그리고 앉아 하늘도 본다.


그렇게 앉아 보고.. 또 봤다.. 고비 사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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