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드디어 등장한 중국!

by kuyper

드디어 중국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에 해결사로 나서는 걸까? 중동 위기가 장기화되자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섰으나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러자 파키스탄은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생각보다 오랜 침묵을 지키던 중국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아니, 기다렸던 것일까!


사진_1.jpg <사진-1> 지난 3월 31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에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출처: 신화통신)

중국-파키스탄의 평화구상


지난 31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불렀다. 베이징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은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5개항 구상(Five-Point Initiative)을 발표했다.


사진_2.png <사진-2>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은 미국, 이스라엘, 이란을 향해 5가지 평화 구상안을 제안했다. (출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I.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 (Immediate Cessation of Hostilities)

II. 가능한 한 조속한 평화 협상 개시 (Start of peace talks as soon as possible)

III. 비군사적 대상의 안전 보장 (Security of nonmilitary targets)

IV. 해상 항로의 안전 보장 (Security of shipping lanes)

V. 유엔 헌장의 중요성 (Primacy of the United Nations Charter)


이 5개항을 보면 마치 기성 언론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던 미국과 유럽이 제3세계에서 일어난 분쟁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시작한 침공에 대해 ‘중국과 파키스탄’이 내놓은 평화안이다. 트럼프 이후의 미국은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이번 이란 침공은 미국의 속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파키스탄과 내놓은 이 구상(Initiative)을 두고 이제 중국이 외교적·도덕적 차원에서 미국을 뛰어넘는 강대국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5개항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뭔가 좀 이상하다. 중국은 미국을 지우려 하기보다 지난 1세기 동안 미국이 중심이 되어 구축해 온 국제질서를 어떻게든 지키려는 모습이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질서를 미국이 파괴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이 이 질서를 수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현상타파 국가라면, 중국이 현상유지 국가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정반대다. 참 아이러니하다.


예를 들어,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한 1항은 ‘모든 전쟁 피해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화 협상 개시를 촉구한 2항은 ‘대화와 외교(Dialogue and diplomacy)만이 분쟁 해결을 위한 유일한 실질적 수단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군사적 대상의 안전 보장을 촉구한 3항은 ‘군사 충돌 시 민간인 보호 원칙(The principle of protecting civilians)이 준수되어야 한다. ···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5항은 압권이다. 오히려 주어에 중국과 파키스탄이 들어가 있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유엔의 중심적 역할을 강화하며,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목적과 원칙에 기반한
포괄적인 평화 체제 구축과 지속 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한 합의 도출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 중국과 파키스탄이 강조하고 있는 ‘다자주의, 유엔의 역할, 국제법’ 등은 모두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의 핵심 브랜드였고, 미국이 현대판 제국으로 역할하는 토대이자 국제질서였다. 그리고 기존 언론들과 학자들은 지난 30년 가까이 중국이 이러한 질서를 깨는 현상타파 세력이라고 말해왔는데, 오늘의 현실은 미국이 이러한 질서를 깨고 있고 오히려 중국이 이 질서를 지키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중 대결이라는 구도에서 본다면 미국의 약화는 중국의 강화로 이어질 것 같은데, 왜 중국은 지난 1세기 동안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를 깨지 않고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중국이 나서는 이유?


이번 중국의 평화안 발표를 두고 여러 언론들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하나는 중국이 자신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행보(정치적 이유)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동 위기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경제적 이유)이라는 것이다.


사진_3.png <사진-3> CNN 보도 사진 (출처: CNN)

먼저, CNN은 이번 행보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중국의 이번 중재안 발표가 실제 중동 위기 해결에 어느 정도로 기여할지는 미지수지만, 중국이 외교적인 중재를 보여줄 이유는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최근 트럼프는 국제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혼란과 무질서를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중국에게는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 혹은 중재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해왔다.

사진_4.png <사진-4> 2023년, 중국은 사우디-이란 사이의 중재를 위해 노력했다. (출처: 연합뉴스)

2024년, 중국은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충돌을 일으키자 중재자를 자처하며 회담을 주최한 바 있다. 그리고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 내는데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의 유력 성직자였던 알님르(al-Nimr)를 처형하자, 이란 내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면서 양국의 외교 관계는 단절됐다. 이때 중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대사관이 재개설되고 양국은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는 중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부합했지만, 동시에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평화적인 중재자로 인식되는 정치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었다.

사진_5.png <사진-5> BBC 보도 사진 (출처: BBC)

다음, BBC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길어지자 중국도 경제적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재자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경제적 이유로 중국이 개입했다는 분석이 정치적 이유보다 더 많이 보도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이유는 단순히 석유 가격의 인상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지만 중동 이외도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경로가 있고 현재 몇 달 이상을 버틸 수 있는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_6.png <사진-6> 곤란한 시진핑? (출처: 노동자연대)

안정적인 석유 가격보다 중국에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세계 경제다. 현재 중국은 내수 경제의 침체를 겪으면서 최근 발표한 5개년 경제계획에서 성장률을 4.5~5%로 제시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의 내수 경제를 고려할 때, 이 수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물건을 안정적으로 소비하는 세계 시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중동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세계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중국이 나섰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이 다른 미국과 중국의 외교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분석도 맞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중동지역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 지역을 대하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는 다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군사 동맹을 중심으로 이 지역의 질서를 구축했다면, 중국은 미국이 구축해 놓은 이 질서 위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진_7.jpg <사진-7> 1979년 이란 시민들이 호메이니의 사진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동맹은 기본적으로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이분법이다. 이러한 동맹에 기반한 외교는 적군과는 경제 교류조차 하기 어렵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강력한 아군으로 만들고, 적군은 조금씩 변해왔다. 중동지역에서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대표적인 미국의 적대 국가가 되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구축한 중동지역의 질서를 활용해 철저하게 경제 중심의 외교를 펼쳐왔다. 최대한 미국의 심기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의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경제라는 고리로 접근하는 실리외교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이러한 외교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정 부분 미국이 구축한 중동지역의 동맹 질서와 자유무역이라는 세계 경제 질서가 배경이 되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에 접근할 때는 철저하게 안보와 분리해 경제협력만을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을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구축한 자유무역 질서를 중국이 내세운다면 미국도 대놓고 반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미국만을 붙들어야 하는 사우디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하나의 보험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중국이 이란에 접근할 때는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삼으면서 교감을 형성하기가 너무 좋다. 비동맹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은 자유무역을 고리로 이란에 접근하고,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고생하고 있는 이란은 중국이 너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은 미국이 구축해 둔 질서를 최대한 활용해 중동지역의 모든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해 온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전력건설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이라크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군사 동맹이 아닌 경제를 고리로 한 중국의 외교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중재자로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한 것이다.


지금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을 두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오랜 침묵을 깨고 중국이 파키스탄과 함께 평화안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_8.png <사진-8> 포린 어페어 보도 사진 (출처: Foreign Affairs)

이와 관련해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의 칼럼이 흥미롭다. 이 칼럼에서 이번 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전쟁이 중국에 위협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란 전쟁은 중국의 핵심 전략적 이해관계를 위협한다. 이는 중동 에너지에 대한 직접적인 의존 때문이 아니라,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미국이 중국이 의존하는 글로벌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게 위험은 당장의 자원 부족이 아니라 질서의 붕괴에 있다. ··· 베이징이 우려하는 것은 워싱턴이 힘을 잃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힘을 세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 중국도 복잡하다.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행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가만히 있는데 미국이 스스로 위신을 갉아먹으며 중국은 확실히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이 무작정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지금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도, 전쟁으로 다시 미국이 중동지역의 패권을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의 급속한 붕괴가 가장 두려운 것이다.


사진_9.jpg <사진-9> 트럼프는 과연 정상인가? (출처: 뉴시스)

오늘날의 중국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질서 때문에 가능했고, 아직은 그 질서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쇠퇴를 바라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쇠퇴를 바라는 것이지 자신의 쇠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악하는 미국을 바라지 않는다. 여전히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미국이 그 군사력을 위험하게 사용하는 것을 중국은 두려워한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강탈하려는 것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쳐들어간 것도, 이번에 이란을 침공한 것도 여전히 강력한 미국의 군사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이 이 시점에서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는 쇠퇴하는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군사력을 마구 사용하면서 미국이 구축한 그 국제질서를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것이다.

사진_10.png <사진-10> 1978년 12월 15일, 카터와 덩샤오핑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스1)

오늘의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 개혁·개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1978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핵심이다. 아무리 데탕트라고 해도 소련과 함께 공산주의 진영에 속했던 중국이 자유주의 진영의 미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후 중국은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 속에서 조금씩 성장을 이어갔다. 소련과는 반대로.

사진_11.jpg <사진-11>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주룽지 중국 총리에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원을 약속했다. (출처: 중앙일보)


그러던 중, 또 하나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것이다. 당시 중국이 WTO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WTO, 즉 미국이 구축한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된 중국은 이후 연평균 10%를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 중국은 미국이 제공한 질서, ‘개방된 해상 교통로, 확장된 시장, 달러를 통한 차입과 교역, 그리고 다자기구’를 활용해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이런 질서가 필요한 중국은 갑작스러운 트럼프의 광기 어린 행보가 이 국제질서를 무너트릴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의 원활한 작동에 의존하는 중국은 자신이 만든 국제질서를 무너트리는 트럼프를 말리고 싶은 것이다.


위기와 기회,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몰락은 중국에게 기회지만 동시에 위기다. 중국은 점차 쇠퇴하는 미국을 원하는 것이지 막강한 군사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전 세계를 불안으로 몰고 가는 미국을 원치 않는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외교적으로 평화안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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