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파병 요청과 동맹국들의 반응)
(본 글은 지난 주에 작성되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3월 14일 밤 11시 4분,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제법 긴 글을 남긴다. 마치 많은 나라들(Many countries)에게 공식적인 지령이라도 내리듯이 말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타격을 받은 많은 나라들(Many countries)은 이 해협의 개방과 안전을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다(will be sending).”
이 트루스소셜을 보면 미국이 많은 국가들과 어느 정도 논의를 한 이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정도의 외교적 기본을 트럼프에게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이 발표는 그저 트럼프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정말 자신이 언급한 많은 나라들, 구체적으로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 어느 정도는 미국과 함께 할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3월 15일 새벽 3시 58분, 불과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그것도 새벽시간에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하나의 포스팅을 더 남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의 나라들은 그 항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우리 미국은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아주 많이!(A LOT!) ··· 이건 애당초 팀으로 함께 했어야 하는 일인데, 이제 그렇게 될 것입니다.”
5시간 전에 과거의 동맹국들(그런데 여기에 중국도 포함되어 있으니 아이러니하다)에게 지령을 내리고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던 걸까? 그런데 두 번째로 남긴 포스팅의 내용을 보면 마치 이란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동맹국들을 위해서 미국이 혼자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도가 딱 동맹국들을 도우는 히어로 미국의 모습니다. 그러면서 자애롭게 우리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A LOT!) 도와줄테니 조금만 같이 하자는 설득처럼 보인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미국과 함께 이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세계를 조화와 안보 그리고 영원한 평화(Everlasting peace)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도덕적 명분까지 던지고 있다. 자애로운 미국이다.
그런데 3월 18일 자정 12시 18분, 자애로운 미국을 자처했던 트럼프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제법 긴 이 세 번째 포스팅은 문장과 문장 사이가 사맛디 아니한다. 트럼프의 분노(fury)만 느껴질 뿐 그 어디에서도 논리성을 찾긴 어렵다.
“미국은 NATO ‘동맹국’들 대부분으로부터 중동에서 이란의 테러 정권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우리의 군사작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우리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큰 군사적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NATO 국가들의 지원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습니다 — 애초부터 전혀 필요 없었습니다! 일본도, 호주도,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말하는데,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습니다! (WE DO NOT NEED THE HELP OF ANYONE!)”
이 포스팅을 보면 나토 동맹국들이 며칠 전 트럼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18일 밤 트럼프는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아니, 그간 자신이 동맹국들에게 한 것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기 객관화를 트럼프에게 바라는 것 또한 지나친 일이다. 여하튼, 마지막 문장에서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라는 문구를 굳이 대문자로 쓰는 트럼프는 지금 이 전쟁으로 인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찬 상태인 듯하다.
3월 18일 밤 9시 35분, 나토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스팅을 올린 지 거의 하루가 지난 시점에 외교적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조롱하며 정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미국이 테러 국가인 이란을 끝장내 버리고(finished off), 우리는 사용하지도 않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동맹국들이 책임지게 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러면 지금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동맹국들도 정신을 차리고, 아주 빨리 움직이지 않겠나!!!”
동맹국들을 향한 희망 섞인 파병 요청이 약 3일 만에 어떠한 성과도 없이 거절당하자 트럼프는 일기장에나 쓸만한 수준의 이야기를 미국 대통령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고 말았다. 여전히 트럼프는 미국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데 이 해협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 동맹국들을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며 희생하고 있다며, 동맹국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포스팅을 한 시점에서 여전히 트럼프는 마음속으로는 이들이 미국을 도와주길 상당히 바라고 있었다. 그 이유는 8분 후 올린 포스팅으로 확인할 수 있다.
8분 후인 밤 9시 43분, 트럼프는 뉴욕포스트의 칼럼 링크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다. 그 칼럼은 독일과 영국 같은 유럽의 동맹국들이 미국이 이란과 벌이고 있는 전쟁에 사실상 이해당사자이면서도 미국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이 유럽국가들이 트럼프와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정신 좀 차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 두는 데 나서서
도와야 한다.”
지난 14일, 일방적으로 트럼프가 과거 동맹국들에게 이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을 요청하고 약 5일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이와 관련한 포스팅을 5개 남겼다. 이 5개 포스팅의 흐름을 보면,
① 첫 번째 포스팅은 희망 섞인 요청이었고,
② 두 번째 포스팅은 불안 섞인 요청이었고,
③ 세 번째 포스팅은 거절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고,
④ 네 번째 포스팅은 겉으론 조롱 속으론 요청이었고,
⑤ 마지막 포스팅은 칼럼을 통한 요청이다.
동맹국들을 향한 트럼프의 이번 파병 요청이 너무 갑작스럽고, 포스팅의 내용이 무논리로 일관되고,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을 향한 분노의 표현들이 가득해서 그렇지 모든 포스팅의 핵심은 ‘요청’이다. 18일 밤 9시 43분의 마지막 포스팅만 봐도 트럼프는 아직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15일 트럼프의 두 번째 포스팅과 18일 세 번째 포스팅 사이에 동맹국들은 확실히 트럼프에 선을 그은 듯하다.
14일 밤 11시에 느닷없는 트럼프의 지령이 있고 약 하루가 지난 16일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은 다음과 같이 보도한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절했다.”(European leaders reject military involvement in Strait of Hormuz) 트럼프는 유가가 급등하자 NATO 동맹국들이 핵심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확보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이들은 명시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거절했다는 것이 보도의 핵심 내용이다. 호주와 같이 국방부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힌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언론과의 짧은 인터뷰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거절했는데 15일과 18일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자!
트럼프의 파병 요청(이라 쓰고 지령이라고 읽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한 국가는 호주다. 한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였던 호주는 17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인 리처드 말스(R. Marles)가 TV 인터뷰에서 “(호주는) 현재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관련 요청을 받지 않았다”라고 공식화한다. 그리고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보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못을 박았다.
나토의 입장은 “나토는 본래 공격을 기반으로 한 동맹이 아니라 방어 동맹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전쟁에 참여할 계획은 없습니다!” 점잖은 거절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읽을 수 있는 점은 나토는 현재 전쟁의 성격을 미국의 공격, 공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트럼프가 전쟁의 명분으로 이란이 테러 국가이며, 중동 지역의 안정을 내세우지만, 나토는 그와 전혀 다른 생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심지어 나토는 스스로 불참의 이유로 방어 동맹을 내세웠지만, 과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에 군사작전을 펼칠 때 나토는 함께 참여한 바 있다. 이를 보면 현재 나토는 트럼프라서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연합의 입장은 보다 더 노골적이다. “이것은 유럽의 전쟁이 아니며, 우리는 시작하지도 않았고 협의받지도 않았다.” 이 발언은 한 국가의 외교장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Kaja Kallas)의 발언이다. 그녀의 발언을 통해 유럽연합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과 유럽은 무관하다는 것을 밝힌 동시에 동맹국이라며 파병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전에 협의도 하지 않는 트럼프를 향해 불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녀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목표가 불분명한 이번 전쟁에 휘말리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입장은 총리와 외무장관의 발언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메르츠 총리는 “이번 전쟁이 나토와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밝혔고, 이후 총리 대변인이 “나토는 방어를 위한 동맹이며, 이번 사안에 NATO를 투입할 만한 권한이나 임무가 없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는 앞서 나토의 입장에 독일 총리가 공감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목표가 달성됐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적어도 독일의 외무장관은 이번 전쟁의 목표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동맹국들과 전쟁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부분을 꼬집었다. 이보다 핵심적인 건 미국이 이번 전쟁 과정에서 동맹국들을 내팽개치고 이스라엘과 함께 한 전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입장은 앞선 나토, 유럽연합, 독일보다는 덜 강경해 보이지만 핵심은 거절을 위한 외교적 수사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도울 순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전쟁과는 분리된 별도 임무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쉽게 해석하면 ‘우리가 도울 능력은 있는데, 안 할래!’라는 것이니까 트럼프의 입장에선 프랑스가 나토, 유럽연합, 독일보다도 더 미울 수 있다. 프랑스는 다른 비군사적인 임무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되, 군사작전 참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서양 동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도 트럼프와 손절한 모양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우리와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는 하겠지만, 더 광범위한 전쟁에 끌려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 관계자는 영국 함정을 호르무즈 해협에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 스타머 총리의 발언을 보면, 이제 영국이 미국을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는 하면서도 과거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미국의 요청에 함정 배치를 거절한 것은 맥락상 지금은 미국이 영국의 동맹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감행한 대테러 전쟁에 당시 영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과 함께 했다. 이에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토리 블레어는 ‘부시의 푸들’(Bush’s poodle)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그랬던 영국이 이렇게 돌아선 것이다.
이렇듯 14일 밤 11시 4분에 트럼프는 희망을 가지고 ‘많은 나라들’(many countries)이 호르무즈 해협에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이라고 했는데, 그 어떤 나라도 함께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18일 분노했던 것이다. 그런데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마지막 포스팅을 보면, 뉴욕포스트 칼럼을 공유하며 트럼프는 여전히 동맹국들의 도움음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왜 그랬을까. 현재로서는 미국의 마지막 카드인 일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인한 중동전쟁이 당초 3월 31일 전후로 예정되었던 미국-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그런데 돌연 트럼프는 자신이 워싱턴에 있어야 한다며 중동전쟁을 이유로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19일부터 워싱턴에서 3일간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진행한다. 전쟁 중에 무려 3일간이다. 물론 다카이치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워싱턴에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전쟁 때문에 중국과의 정상회담도 연기했다면,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중동전쟁을 이유로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연기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오히려 트럼프는 일본의 워싱턴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트럼프의 일방적인 파병 요청 이후, 일본 다카이치 총리도 헌법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강력한 요청에 과연 일본이 기존의 파병 거부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일본 또한 어떤 동맹국도 미국의 편에 서지 않는 이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 함께 하기로 했다’라고 선전할 만한 파병 계획에 합의하면서 현재 일본의 숙원인 헌법 개정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만간 트럼프의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떠들어 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