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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yper Sep 20. 2023

"내일까지 살고 싶어요"

-한반도에는 최소한 어떤 정치인이 필요한가?-

“I just want to live until tomorrow.”


 자신이 다니던 학교가 폐허가 되어 버린 그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고등학생이 한 말이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에요. 전쟁이 어떤 영향을 가지고 오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저 내일까지 살고 싶어요. 그게 저의 주된 목표예요.”
(“We’re not set children anymore. That’s how the war has affected us. That’s why I just want to live until tomorrow. This is the main goal.”)


<사진-1> 우크라이나 고등학생 Bohdan이 폐허가 되어버린 모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DW NEWS) 


 독일 국영방송 DW NEWS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파괴된 학교 등 교육 시설은 3,000여 개가 넘는다. 로이터 통신은 이 가운데 약 1,300여 개의 학교는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ed)되었다고 보도했다.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치, 국제정치라는 미명 하에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어른들은 ‘전쟁’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옵션에서 가장 안전한 이들은 바로 그 선택을 하는 정치인들이다. 반면 가장 위험한 이들은 그 선택과 상관이 없는 군인들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다. 그 가장 약한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인 하르키우(Kharkiv)에서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하고 있다. 하르키우라는 도시는 인구가 약 140만 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워 러시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1분 안에 도착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리적 요인으로 전쟁으로 피해가 큰 지역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교육당국은 러시아 미사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2학기부터 새로운 곳에서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곳은 바로 소련 시대 지어진 지하철 역이다. 소련시대 지어진 지하철 역이 이제는 러시아의 미사일을 피해 아이들을 위한 교실이 된 것이다. 하르키우 시장은 지하철 역에 만들어진 약 60여 개의 교실에서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2, 3>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인 하르키우(Kharkiv)에서 아이들이 지하철역 안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출처: 로이터 통신)


 전쟁은 고등학교 졸업식의 풍경 또한 바꾸어버렸다.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Kyiv) 외곽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몇몇 아이들은 폐허가 되어버린 모교에서 졸업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졸업식 사진, 그리고 어떠한 축하와 축제는 없었다. 그저 전쟁이 남긴 상처만이 드러날 뿐이었다. 


<사진 4,5>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지역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폐허가 된 모교에서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SAVE THE CHILDREN)


 이 학교는 전쟁이 있기 바로 전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하고 약 400여 명의 학생들이 다니던 곳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고 러시아 군대가 그 지역을 점령하면서 이 학교를 그들의 기지로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지역에서 떠날 때 학교를 모두 불살라버렸다. 심지어 학교 앞에 주차되어 있던 버스까지도 모두 불태우고 떠났다. 그곳에서 독일 국영방송과 인터뷰를 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학교에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세계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제 인생에 대해 감사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저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에요전쟁이 어떤 영향을 가지고 오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저 내일까지 살고 싶어요그게 저의 주된 목표예요.”


<사진-6>  우크라이나 고등학생 4명이 폐허가 된 학교를 돌아보고 있다. (출처: DW NEWS)
<사진-7>  우크라이나 고등학생 4명이 폐허가 된 학교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출처: DW NEWS)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아이들의 일상을 보며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는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삶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매일같이 외신에서 가장 먼저 다루고 있는 보도들이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보도들은 주로 전쟁으로 인한 피해들을 숫자로, 지도로 보여주곤 한다. 3,000개가 넘는 학교들이 파괴되었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기억할 뿐 그 숫자에 내재된 사람과 그들의 일상은 놓치기 쉽다. 보이는 숫자와 보이는 상처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보이지 않은 트라우마, 아픔이다. DW NEWS의 아나운서가 실제 이 보도를 위해 우크라이나 현장을 다녀온 기자에게 “지금 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그랬더니 그 기자는 이렇게 답한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는 절대 그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아픔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쟁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 아이들, 그리고 이제는 그저 내일까지 사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쟁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에게는 어떤 정치인이 필요한 것인가?’ 1950년에 한반도에도 전쟁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전쟁을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이다. 단지 교과서에서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중인 휴전상태라고 배웠을 뿐이다. 이는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그 피해들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선거철이 되면 쉽게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전쟁을 하나의 정치적 옵션으로 생각하는 경향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의 우크라이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곳이 한반도다. 이에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의미와 국제정치적 맥락 속에서 ‘전쟁’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은 매우 위험하다. 어떤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어도, 최소한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은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위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전쟁을 선택하는 그 정치인이 그 전쟁에서 그나마 가장 안전하며, 그 전쟁을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시민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아이들, 장애인과 같은 시민들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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